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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28 통권 124호     필자 : 최의헌 프린트   이메일 
[선교사역과 건강관리]
자기부인과 인간의 심리유형

성경이 우리에게 주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간 스스로가 터득한 인간에 대한 이해는 서로 일치하기도 하고 상반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몇 가지 검토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나아가 우리 자신에 대해서 점검해 보기를 소망한다.

성경에 나타난 자기부인 
성경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 중의 하나가 자기부인이다.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마 16:24)”, “조금 나아가사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여 이르시되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마 26:39)” 예수님은 자기부인을 요청하시고 스스로도 그렇게 하셨다. 신앙인들은 자기부인을 본인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맞추는 것으로 정리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논리적으로 별 이상이 없다. 문제는 이것을 적용하는 데에 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이나 결정에 대해서 이것은 자기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에 그대로 꼭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남들이 보기에는 오히려 말하는 당사자의 속내에 더 가깝다면 어떻게 될까? 자기 스스로는 자기부인을 했다고 말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나님을 빌어 자기를 더 공고히 한 것이 된다. 이러한 오류가 선교사, 교역자, 리더와 같이 평신도에 비해 큰 영향력과 권위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면 더욱 곤란해진다. 그는 그 생각이나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강조하게 되는데 그것은 강요나 다름없다.

여기서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은 “분별”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결정과 행동이 나로부터 나온 것인지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것인지를 가늠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은 하나님의 뜻이 어떠한 지에 대해 계시해주므로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것인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성경의 기준 외에 인간의 심리 이해를 통해서도 그 사람의 내면으로부터 나온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인간의 심리유형과 성경속 인물의 예
인간의 심리는 현실의 죄된 인간이라면 탈피할 수 없는 나름의 체계를 갖는다. 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형성되어 어린 시절의 양육발달과정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받아 각자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게 되는데 커다란 기준에 따라 유형을 나눌 수 있다. 이는 흔히 말하는 성격유형과 다른데, 발달유형은 성장 과정을 따라 언급되므로 “깊이”의 개념이 들어간다. 성격유형은 무지개를 각각의 색으로 구분하는 것, 즉 동일한 위치에 있는 것을 나누는 식이라면, 발달유형은 집의 기초, 기둥, 외형과 같이 근본에서 표면으로 나누는 형식이다. 인간의 발달유형은 세 단계로 나뉘는데 첫 번째 단계는 출생에서 만 1세까지의 시기, 두 번째는 만 1~3세, 세 번째는 만3~5세에 각각 핵심적인 발달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발달유형에 따르면 인간의 심리는 이 세 유형 중 어느 하나에 주로 집중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특징적인 성격이 나타나기도 하고 시기에 따른 정신병리적인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첫 번째 발달 시기인 만 0~1세의 시기는 인격이라는 집의 기초에 해당한다. 이 시기의 아이는 제대로 된 자기표현을 하지 못하고 그저 울거나 칭얼대는 정도이다. 하지만 엄마는 그 특유의 모성애로 아이에게 눈높이를 맞추며 아이의 필요를 정확히 채워주며 보살핀다. 이 시기는 아이가 안전(safety)에 대해 터득하는 시기이다. 발달학자 에릭슨은 이 시기를 잘 지내면 기본적 신뢰(basic trust)가 형성된다고 말했는데, 이는 안전의 개념을 설명하는 용어로서 “세상과 사람은 모름지기 믿을만하다”고 여기는 마음의 기초, 즉 밑바탕을 말한다. 이 시기를 잘 보낸 사람은 안전과 신뢰가 형성되어 낯선 환경에서도 불안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는다. 반면, 성장의 과정에서 이 시기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었던 사람은 이후에도 안전과 신뢰의 기반이 약해서 쉽게 의심하고 불안정하거나 혹은 정반대로 남에게 심하게 의존하거나 특정한 것에 중독된다. 정도가 심해지면 자기와 타인의 심리적 경계가 흐려지면서 비현실적인 인식이 생겨나고 환청과 망상과 같은 정신분열적인 증상을 나타내거나, 심한 집착이나 중독이 나타나기도 한다. 

앞서 말한 현상이 나타나는 예로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사마리아 여인을 들 수 있다. 이 여인은 혼혈인이 많은 사마리아 지역에서도 냉대를 받는 여인이다. 그녀에게는 과거 다섯 명의 남편이 있었고 지금 있는 사람도 남편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인은 신뢰와 의심의 사이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보장만 되면 마음속의 깊은 의존심을 발산하고픈 욕구가 강하다. 누가 이러한 사람의 마음 문을 열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 두 부류의 사람인데 하나는 순수한 사람이고 또 하나는 사기꾼이다. 두 부류는 상극이지만 여인의 방어적인 마음을 여는 데에는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번 마음이 열린 여인은 자기 조절을 하지 못하고 의존욕구를 확장하여 무엇이든지 내어주면서 매우 순응적이 된다. 이러한 여인의 태도는 사람들로부터 이용만 당하고 나중에 더 이용할 가치가 없으면 관심이 시들해서 결국 버림을 받게 된다. 아쉽게도 이러한 순환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 반복된다.

진정한 자기부인과 복음   
이 시기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자기로부터 출발하는 욕구”가 무엇인지를 분별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하나님의 뜻에 자기를 순복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시기의 욕구와 관련이 높은 단어로 ”의존, 의심, 기본적 신뢰, 기본적 자기 경계, 투사(projection)” 등이 있다. 이 시기의 문제는 너와 나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미워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기의 분노를 투사한 결과이며,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자기의 마음을 투사한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취약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안전을 위한 건강한 보호막이 필요하다. 사마리아 여인의 내적 필요를 상징하는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예수님이 “영원히 솟아나는 샘물”을 말씀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복음은 각자에게 정확히 필요한 그 부분에 임한다. 이 여인은 예수님을 받아들인 후에 그동안 자신을 떳떳하지 못하게 했던 남자관계를 더 이상 숨길 것 없이 오히려 나의 그런 사실을 아는 분이 왔노라며 마을 사람들을 예수에게로 이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이 원하시는 진정한 자기부인이 아닐까? 병적인 융합(서로의 경계를 섞는 일)은 너와 나를 혼동하고 투사를 일으키지만, 예수님이 자신과 아버지 하나님은 하나라고 말씀하신 것과, 포도나무와 가지가 연결되어 있으면 많은 과실을 맺는다는 말씀을 통해 건강한 융합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또한 건강한 융합은 진정한 자기부인을 가능하게 한다.


최의헌│연세로뎀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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