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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28 통권 124호     필자 : 김영철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청설(听说)
- 경청과 소통을 통한 놀라운 사랑의 치유

 청설은 타이완의 신예 여성 감독인 정펀펀(郑芬芬)이 제작한 영화로 2009년 8월 타이베이 청각 장애인 올림픽 개막식을 기념하며 개봉되었고 2010년 6월 한국에서 선보였다. 이 영화는 남녀 주인공이 고단한 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순수하고 밝은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음악의 요정으로 불리는 타이완의 황윈링(黃韻玲)은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한 여성 음악가로서, 청설의 OST를 제작할 때 임마누엘 곡을 삽입하였고 경쾌하고 밝은 리듬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청설은 대화의 60%이상이 수화로 진행되지만 남녀 주인공의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가 수화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자칫 지루하고 산만하기 쉬운 점을 보완하였다.

줄거리
광동 요리 식당을 경영하는 부모의 외아들인 티엔쿼(天阔)은 수영장에 도시락을 배달하러 갔다가 우연히 청각장애를 가진 샤오펑(小朋)과 여동생 양양(秧秧)을 만났다. 두 자매의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아프리카 선교사로 떠나서 양양은 집안 살림을 돌보며 언니를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시키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아르바이트하느라 분주했다. 수화를 배운 적이 있었던 티엔쿼는 양양과 수화로 대화를 하면서 그녀에게 반해 체육관 수영장 밖에서 도시락 장사를 하였다. 그는 고달프게 살아가는 그녀를 위해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면서 사이가 가까워졌다. 하지만 두 사람 간에 오해가 생겨 말다툼하게 되었고 설상가상 집에 불이 나서 샤오펑이 화상을 당해 장애인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해지자 교제가 단절되기도 하였다. 다행히 티엔쿼 부모의 격려와 양양 언니의 설득으로 결국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볼 때 어떤 편견을 지니고 있는가? 비장애인이 장애인과 사랑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장애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도움은 과연 무엇인가?'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사회에서 갖는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편견들로 인해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이 제한을 받기 쉽다. 청설에서 국수집 주인 부부는 양양이 '외모는 예쁘지만 청각 장애인인 것을 안타까워하며 연애하거나 결혼할 때 지장이 있을 것'라고 판단하고 그녀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전혀 친분이 없는 타인 외에 서로 사랑하는 사람 간에도 자주 발생한다. 티엔쿼가 부모에게 양양을 소개할 때 양양이 청각 장애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매우 놀랐다. 양양이 티엔쿼도 청각 장애인 인줄 알았다고 말하자, 남자 주인공인 티엔쿼는 정색을 하면서 자신이 청각 장애인이었다면 어떻게 도시락 장사를 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한다. 양양은 장사를 하는 것이 장애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반박하자 티엔쿼와 부모는 양양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설은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정상적인 이성교제나 결혼이 어렵다든가, 일반적인 업종에 종사하기에 부적합할 것이라는 세상적인 편견과 선입견을 코믹하게 그렸다.

기다림의 미덕 
이 영화에서는 비장애인이 장애인과 함께 생활할 때 여유롭게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양양이 거리의 예술인 역할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난 후 티엔쿼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려고 했다. 식사 후 계산을 하기 위해 양양은 길에서 번 동전들을 탁자위에 풀어놓고 하나하나 세었는데, 시간이 지체되자 타인의 이목에 신경이 쓰인 티엔쿼는 자신이 직접 계산을 하고 나왔다. 양양은 자신을 기다려주는 것이 그렇게 창피하냐고 토라졌다. 티엔쿼는 그녀가 자신에게 해 주고자 하는 일을 끝까지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배려해주는 태도가 필요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며 인내로 기다려 줄 때, 수용과 용납을 경험하며 자신의 존재가 가치 있음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 내려놓기
청설에서는 장애인 가족들이 정신적, 물질적으로 어떤 현실적인 부담을 겪게 되는지 조명하는 동시에 장애인 가족으로서 그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를 고민하였다. 양양이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간 사이에 집에 불이 나서 샤오펑이 화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자, 양양은 언니를 돌봐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로 인해 두 자매는 갈등이 생긴다. 양양이 샤오펑에게 '언니의 꿈이 바로 자신의 꿈'이라고 말했고 이에 샤오펑은 왜 자신의 꿈을 훔치려고 하느냐고 되묻는다. 샤오펑은 양양이 올림픽 메달 때문에 자신을 돌봐주는 것이라고 투덜거렸다. 상대방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희생하는 삶은 오히려 상대방을 큰 짐으로 간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양양이 티엔쿼를 좋아하면서도 언니를 떠날 수 없다는 말 속에서도 드러난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장애인에 대해 지나치게 책임감을 느끼면 오히려 서로를 속박해서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상호간에 다른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 샤오펑은 양양에게 자립을 선언하고 부상으로 인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고 4년 후에 재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샤오펑은 비현실적인 꿈을 추구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일을 찾으려고 결심한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장애인을 한 인간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이 진정으로 그들을 돕는 것이다.

경청과 소통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무는 것은 바로 경청이다. 또한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편견없이 밝고 희망적인 태도로 먼저 다가가서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티엔쿼의 부모는 외아들이 장애인을 사랑하게 된 사실을 알고 난 후에 고민했지만 후에 아들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하였다. 부모는 아들의 여자 친구를 위해서 수화를 배우겠다고 결심하였고 양양과의 첫 만남에서 영화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에서처럼 메모지를 한장 한장 넘기며 아들에 대한 사랑과 칭찬을 양양에게 표현하고, 아들을 위해 대신 프러포즈도 해주었다. 청설에서는 자기 자녀에 대한 사랑이 타인과 장애인에 대한 존중까지 확대되어 눈에 보이는 장애가 삶에 있어서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랑의 치유
"사랑과 꿈은 놀라워 듣거나 말하거나 통역하지 않아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청설의 엔딩 크레디트이다. 티엔쿼의 부모는 외아들과 양양이 서로 청각 장애인인줄 알고 사귀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두 사람이 어떻게 연애했냐고 묻자, 양양은 연애 할 때 말로 하지 않고 손으로 했다고 대답했다. 사랑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이 느낄 수 있게 실천하는 것이다. 티엔쿼가 양양을 위해 맛있는 반찬을 듬뿍 담아 사랑의 도시락을 만들자 그의 엄마가 얼마짜리 도시락인지 묻는다. 톈궈는 사랑은 값으로 계산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은 세상의 물질과도 바꿀 수 없고 세상의 언어로 통역하거나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다. 영화의 중국어 제목인'청설(听说)'은 타인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거나 혹은 내 말을 타인에게 들어보라는 뜻인데 영어로는"hear me"로 번역했다. 이는 화자를 타인이 아닌 '나'로 설정하여 청자와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음을 나타낸다. 청설은 이성, 자매,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을 다루는 동시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친밀감을 증진시키려는 제작 의도를 밝혔다. 정펀펀 감독은 영화를 통해 현대인의 고독을 치료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고 너와 나, 우리의 관계적 존재에 고심하며 사랑으로 관계의 불편함을 해결하려 했다. 오직 진정한 사랑이야말로 신체적인 장애를 극복하게 해주고 정신적인 결핍도 채워주는 '치유제'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내가 어떻게 남을 사랑하느냐보다는 내가 얼마나 타인에게 사랑을 받느냐에 더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쉽게 상처를 받는다. 앞으로도 청설 같은 따뜻한 영화가 부단히 제작되어 우리 사회의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자존감을 회복하여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울수 있기를 원한다. 또한 편견과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고 신뢰와 격려를 통해 사랑이 넘치는 세상과 사회를 만들어 가길 소망한다.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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