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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28 통권 124호     필자 : 이대행 프린트   이메일 
[특집] - 특집/ 여성사역자, 그대의 사명!
여성사역자, 그 자체로의 아름다움

“나는 순교자가 되기를 갈망했습니다. 십자가의 군병이 되기를 소원했습니다. 의미 있는 어떤 일을 하기를 원했습니다. 선교사가 되어 어떤 성스러운 사역을 위해 나 자신을 헌신하고픈 강한 열망과 내가 이러한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 부름 받았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졌습니다(앤 마틴 힌더러)”

사역자인가, 여성사역자인가
여성사역자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은 발전해가는 현 시대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화두이다. 2010년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교회가 주축인 GMS 선교부는 여성선교사들의 효율적 사역을 위해 성찬을 허용해 달라는 헌의안을 냈고 총회가 이를 허락하였다. 그러나 교단은 여전히 여성목사 안수에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한국교회 여성사역자의 당면과제를 생각하게 하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한국교회의 여성사역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사역 자체의 장벽뿐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름의 장벽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앤 마틴 힌더러의 고백처럼,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하나님 앞에서 하나의 피조물로서, 부르심을 받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반응하며 헌신하고 있다.

필자는 1991년부터 ‘선교한국’에서 사역을 해 왔다. 여성사역자로 오랜 기간 국내사역을 감당하면서 필자의 이름으로 인한 해프닝도 여러 차례 있었다. 최근, ‘선교한국’ 대회 상임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기독언론에 보도가 되자, 20여 년간 필자를 남자로 인식해 오던 몇몇 분들이 여자라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는 후일담도 들었다. 필자가 목사안수를 받지 않았음에도 목사라는 호칭으로 우편물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름도 이름이거니와 장기간 선교사역에 몸담고 있는 여성사역자들이 적은 현실에 대한 반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성사역자의 결혼과 사역
사역 10년차가 되던 2001년, 필자는 결혼을 하면서 삶의 전환기를 맞이하였다.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는 결혼은 인생의 매우 큰 지각변동이라 할 수 있다. 한국사회가 가족관계의 역학관계를 여성에게 많은 부분 기대하고 있는 것은 뒤로하더라도, 육아에 관한 책임은 타협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사역을 하면서 열정적이고 헌신되어 있는 자매들을 많이 보게 된다. 모두 결혼 이후에도 사역을 지속할 것에 대한 열의가 있지만, 막상 결혼 이후에는 좌절 아닌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결혼 전에 이러한 부분을 명확하게 예측하고 준비를 할 수 있는 적절한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에서 여성사역자들을 위한 물리적 환경도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시조모와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종가집 맏며느리, 목회를 준비하는 늦깎이 신학생의 아내, 결혼 1년 후 얻은 아들의 엄마, 사역자의 역할을 동시에 감당해야 했다. 사역에만 매진할 수 있었던 독신시절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필자의 결혼관은 두 가지였다. 꼭 결혼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독신으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두 방향을 놓고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결혼을 허락하신다면, 철저하게 가정사역을 위해 매진하며 육아와 내조, 교회의 여전도회 사역,가정과 교회를 중심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역동적인 그리스도인의 삶을 사는 것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기도제목을 올려드렸다. 만약 독신으로 살게 된다면 독신으로서 정서적, 환경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공동체를 준비해 주시고, 장애물을 잘 극복할 수 있는 내적, 외적 소양을 허락해주시기를 기도했다. 물론 현재는 둘 다 아닌 제 3의 길을 가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선교한국’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필자의 환경을 허락해주셨다.

만약 그런 외적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필자로서도 현재의 사역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정을 위한 제반 업무, 육아와 교육, 남편의 목회 사역을 위한 양해와 적절한 분담, 가족들의 이해와 자발적 역할분담이 어우러져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은 결과론적인 면에서 은혜였지만, 과정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대가 지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필자는 결혼을 하지 않은 후배사역자들이 결혼에 대한 비현실적 환상을 갖는 경우를 발견할 때마다 결혼은 선택(option)사항이라고 말한다. 또한 결혼은 나의 욕구와 안정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진정한 섬김과 낮아짐, 나의 욕구를 제어할 수 있는 전제하에 이루어져야 함을 감조한다.

국내 여성사역자들이 결혼 후 얼마 못가서 본인의 기대에 관계없이 사역을 내려놓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환경과 개인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사역을 내려 놓는다고 해서 이차적 헌신자가 되었거나 혹은 현실에 타협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 정서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문제의 일차적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결혼과 사명의 관계성에 대한 철저한 계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도 사명의 일부다. 그런 의미에서는 결혼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가족관계의 확장, 육아, 제반 결정 과정에 있어서 나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닌 배우자와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 등에 대한 철저한 계산과 대비, 그리고 시간계획과 비용계산을 해 놓아야 한다. 계획이 100% 내 마음대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융통성 있는 계획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비용계산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안정적으로 육아를 하고 싶으면 부모세대와의 동거가 필수적이다. 자매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시부모와의 동거를 일차적으로 고려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흐름상 시부모와의 동거는 서로가 매우 조심스럽게 꺼내는 화두이다. 서로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안정적 육아를 위한 조력자는 필수다. 그런 면에서 내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를 예상해야 한다. 그런 대가없이 좋은 결과만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대가는 비용으로 계산되어야 할 부분이다. 사역을 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생각되는 부분이지만, 특별히 사역자들에게는 이런 부분의 고려가 사역의 참여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비용을 지불하는 사회시설을 의지할 수는 있지만,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자녀의 의지와 관계없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 가운데로 내몰려지게 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여성사역자의 사역과 결혼(가정)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여성사역자들이 가져야 하는 중요한 자질은 상황에 대한 이성적인 분석과 필연적으로 발생할 사안에 대한 대비, 비용계산이라는 측면과 그에 합당한 대안 능력 등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준비해 놓아야 사역을 감당해 나갈 수 있다.

여성사역과 비혼
일반적으로 기독교 공동체의 성비는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성경은 비신자와의 결혼에 대해 지지하지 않고 문화적으로도 비신자와 신자의 결혼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예고하는 상황이라 성비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여성들에게 큰 고민거리이다. 이 가운데 사역에 마음을 두거나 헌신한 여성들의 경우 배우자를 찾는 것은 더 어려운 과제라 할 수 있다. 필자가 만난 여성 선교헌신자들의 경우 배우자 문제로 인해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는 상태를 많이 보았다. 개인차가 있지만 대다수가 가장 중요한 동역자로 배우자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무작정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결혼은 선택사항이라고 격려하며 나가도록 도전하고 있지만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사역 환경면에서도 비혼 여성사역자들에 대해서 비교적 열린 시각을 가지고는 있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여전한 편견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개인적, 환경적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은사를 발휘하면서 섬기는 비혼 여성사역자들로 인해 사역의 중요한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감사할 제목이다.

여성사역자의 자질
사역자로서의 자질론은 그것이 남성 혹은 여성의 범주로 나눌 필요가 없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들은 문화적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한국의 상황도 여성들이 사역자로서 사역을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문화적 환경을 고려한 지혜를 발휘하고, 한계를 한탄하기 보다 그 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돌파, 혹은 인정하면서 다른 대안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사역을 하나님의 은혜와 비전, 열정의 출발선에서 특별한 헌신으로 여기고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지극히 배제해야 할 요소이다. 사역은 현실이고, 주어진 현실속에 끊임없이 부어지는 하나님의 은혜의 역동을 경험하는 자리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첫 출발은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나를 보내신 뜻을 확인하고, 그 안에서 주어진 사명을 생각하며,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서의 사역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역을 감당한다는 것은 세상 속에 보냄받은 제자가 감내하거나 돌파해야 하는 상황들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시각이 사역자의 자질에 있어 최우선 된다. 두 번째는 융통성 있는 자세다. 여성들 특유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긴장감이 높을 수 있고, 갈등이 첨예화 될 수 있고, 또 무엇보다 차별이라는 요소로 분노하거나 책임감없는 행동을 감추는 도구로 활용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직시하고 바람직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것은 여성 특유의 융통성이라는 측면에서 발휘될 수 있다. 여성성을 가장 잘 발휘하는 것이 하나님의 창조원리를 인정하는 태도가 될 수 있다. 여성사역자가 여성다운 기질과 특성을 잘 발휘하는 것이 두 번째로 필요한 자질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하나님이 여성을 사역자로 부르신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가며
이 글은 필자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견해임을 밝힌다. 20여 년간 여성으로 한국교회의 국내 상황에서 선교 사역자로 살면서 한계도 많았지만, 특별한 은혜와 감동이 있어 감사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한번도 여성이라는 관점에서 자신을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한계에 부닥쳤을 때, 내 개인의 한계라는 점에서 문제를 인식했지,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여성은 하나님의 창조 원형이다. 여기에 한계를 두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원리에 한계를 두는 것이니 지양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세계 선교계의 2/3가 여성사역자로 구성되어 있고 이것은 지난 수십 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나님은 여러 한계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여성사역자들의 애환에 귀 기울이시며, 그런 가운데 그들을 사용하셨다. 또한 그들의 열매를 기쁘게 받으셨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여성사역자, 그 자체로의 아름다움이….


이대행│선교한국 대회 상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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