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 가운데 청백리(淸白吏)의 인물이 많이 있으나, 중국인들은 주저하지 않고 송대의 포증(包拯, 包淸天, 999-1062)과 명대의 해서((海瑞, 海淸天, 1514-1587)를 손꼽는다. 그런데 송대의 포증(포청천)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이미 소개된 적이 있어 잘 알려져 있으나, 해서(해청천)에 대해서는 의외로 아는 사람이 적은 편이다.

편모슬하에서 강직하게 자란 해서
해서는 명(明) 중기(中期)의 저명한 정치가이며 청렴결백한 관리로 하이난따오(海南島) 충저우(瓊州, 현재의 琼山) 출신이다. 자는 여현(汝贤)이요 호는 강봉(刚峰)이다. 본래 그 조상들은 푸젠성(福建省) 진장(晋江) 근처에 살았으나 후에 치옹산으로 옮겨와 살게 되었다. 해서가 활동하던 16세기는 전성기를 누리던 명조가 쇠퇴기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당시 몰락한 관료의 가정에서 태어난 해서는 네 살 되던 해에 부친을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자라게 된다. 모친 사씨(謝氏, 당시 28세)는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로, 재가(再嫁)하지 않고 삯바느질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자식을 바르게 키우려 노력하였다. 이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해서는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하고 매사에 강직하였다. 그는 관료가 된 후에도 판단하기 어려운 일은 어머니께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독서를 즐겼고 총명하였다. 1550년(가정 28년)에 과거시험의 향시(乡試)에 합격하여 거인(举人)이 되었다. 거인이 된 그는 처음에 푸젠성 난핑(南平) 현의 조그마한 학교에서 선생으로 봉직하였다. 어느 날 학교를 감독하는 제학어사(提学御史)가 학교를 시찰을 위해 방문하자 다른 교사들은 모두 아첨하기 위해 제학어사 앞에 무릎을 꿇고 그를 영접하였다. 그러나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 해서는 꼿꼿이 서서 그를 맞이하였다. 학교는 행정 관청이 아니므로 무릎을 꿇어 맞이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그대로 서서 학교 사정을 보고하였다. 이일로 인해 후에 그에게는 ‘필가박사(笔架博士)’라는 별호가 붙게 되었다고 한다.

지방관에서 중앙관으로 발탁된 해서
교사로 봉직하던 해서는 1558년에 저장(浙江)성 옌저우(严州) 춘안(淳安)현의 지현(知县, 현의 총 책임자)으로 승진하였다. 그의 나이 마흔 다섯 살 때의 일이었다. 당시 관리들 사이에는 뇌물수수 행위가 빈번하였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청렴결백하고 공정하게 지방을 다스렸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공정하게 처리하였으며,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 잡아주어 백성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하였다. 그가 다스리고 있던 춘안현은 평야가 적고 산이 많은 지역으로, 전체적으로 지역 경제력이 다른 현에 비하여 열악한 상태였다. 게다가 지주들은 토지를 은닉하면서 탈세하는 일이 많았고, 농민들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가중되었다.

이에 해서는 토지를 재 측량하고 토지 대장을 작성하여 탈세를 막았고, 탐관오리가 발견되었을 경우 엄히 척결하였다. 해서는 일반 백성들의 폐해를 줄이고 선정을 베풀었기에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었다.  몇 년 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순안정사(淳安政事)』라는 책을 펴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현을 잘 다스렸음에도 불구하고 승진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당시 재상이었던 엄숭(严嵩, 1480-1568)을 추종하면서 탐욕과 악행을 자행하던 도어사 언무경(鄢懋卿), 절강 총독 호종헌(胡宗宪) 등의 눈에 벗어나 있었던 관계로, 해서는 호종헌 등에 의해 탄핵을 받아 후광(湖广) 싱궈저우(兴國州)의 판관(判官)으로 좌천되고 말았다.

해서는 비록 자신의 관직이 강등되기는 하였지만 판관으로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였다. 그는 결코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제기된 소송과 중대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했다. 이후 그는 “해청천”이라는 칭송을 받게 되었다. 청렴결백하기로 유명하고 명재판관으로 활약한 북송의 포승(包拯)을 ‘포청천’으로 부르는 데서 연유하여 명대 청렴결백한 관료 해서를 ‘해청천’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싱궈저우에서 관리로 봉직하면서 그는 무질서한 토지를 다시 정확히 측량함으로써 세원 확보와 재정 안정을 꾀하였고, 불필요한 관직을 없애고 관리 수를 줄여 백성들의 부담을 줄였나갔다. 사리사욕을 탐하면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세력을 제거하고 농민들의 생활 안정을 꾀하는 일에 힘썼다. 그러던 중 1565년(가정 45년)에 해서는 중앙 관직으로 발탁되어 호부 주사로 임명을 받았다. 해서가 중앙관으로 발탁되어 베이징에서 봉직하게 된 것은 엄숭 세력의 쇠퇴에 따른 것이었다. 1562년, 20년 동안 수보로서 권세를 부리던 대학사 엄숭이 가정제에 의해 파면되고, 더불어 그를 중심으로 한 당파 역시 세력을 잃게 되었는데, 이렇게 권세가 뒤바뀌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그간 엄숭 세력에 대적하여 맞서 싸움으로써 명성을 크게 얻고 있던 해서를 차츰 우상화 하면서 그를 생각하게 되었다. 마침내 3년 뒤인 1565년에 이부 문선사(文选司: 문관의 인사 관리를 맡은 부서)의 낭중 육광조(陆光祖)가 그를 추천하여 호부에서 봉직할 수 있게 되었다. 

황제에게 직간하다 파면된 올 곧은 해서
베이징으로 올라온 후 얼마 안 되어 조야를 놀라게 한 일이 일어났다. 불로장생을 믿었던 당시의 황제인 가정제는 도교에 심취하여 매일 같이 황궁에서 도사와 함께 단약 만드는 일과 수련하는 일에 푹 빠져 있었다. 왕조가 내우외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군주로서 정사를 돌보지 않고 있었고, 국사를 처리하는 조정 회의에 20여 년 째 나타나지 않고 있었지만 대신들은 아무도 황제에게 진언하지 않고 있었다. 관직은 비록 낮았으나 담이 컸던 해서는 1565년에 목숨을 걸고 황제에게 간언하였다. 방사의 방중술을 믿지 말고 조정을 바로 잡아가도록 건의하는 상소였다. 이 때 해서는 자기가 죽으면 들어갈 관을 사서 둘러메고, 처자들을 불러 뒷일을 다 부탁하여 놓고, 죽을 각오로 황제에게 상소하였다고 한다. 

“선도(仙桃) 복숭아와 천약(天药)은 모두 허황된 것입니다. 복숭아라는 것은 손으로 따야 얻을 수 있는 것이고, 약이란 제조한 뒤에야 비로소 쓸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들이 어찌 저절로 오는 것입니까? 사실 이런 허황된 것은 모두 폐하의 좌우에 있는 간신배들이 거짓으로 꾸민 짓인데, 폐하께서 이를 진실로 생각하심은 실로 큰 잘못입니다. 지금 군신들은 자리를 보존하기 위하여 아첨하고 있고, 백성들은 징벌이 무서워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신은 실로 통분을 금할 수 없어 죽음을 무릅쓰고 상소를 올리오니 삼가 폐하께서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라고 상소문을 올렸다.

해서의 상소문은 예리한 비판과 충언을 담고 있어 고금에 걸쳐 흔치 않은 문장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이 상소문을 접한 가정제는 그 글을 다 읽지도 않고 벽력같이 화를 내면서 상소문을 팽개쳤다. 해서는 가정제의 노여움을 사 마침내 관직이 파면되고 옥고를 치르게 되었다. 가정제가 세상을 떠나자 해서는 융경제에 의해 옥에서 풀려나와 다시 호부로 복귀하였다. 그러나 해서의 관직 문제는 여전히 사람들의 골칫거리였다. 내각 대학사와 이부상서는 재삼 고려 끝에 그를 호부 관하의 상보사(尙宝司)의 사승(司丞), 즉 황제의 인장을 관리하는 상보사의 주임으로 승진시켰다. 그러나 그의 일관된 청렴과 충심, 그리고 강직한 성격으로 말미암아 임직한 지 얼마 안 되어 동료들의 반발을 사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부는 다시 그를 대리시(大理寺, 형옥 담당 부서)로 옮겨 시승(寺丞)을 맡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해서는 상사와 의견 충돌을 일으켜 신료들의 질시를 받았다.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처한 이부는 그에게 한직을 맡겨 처음부터 말썽의 소지를 없애려 하였다. 그리하여 해서를 난징(南京) 통정사사(通政使司)의 통정(通政, 정4품)으로 임명하였다. 통정이라는 직책은 남방의 각 성에서 올리는 상주문을 살핀 다음 다시 봉하여 베이징의 통정사로 보내는 이른바 문건 송달 기관임으로 이것은 한직에 속하였다. 명색은 정4품의 조정 관리였으나, 이렇게 한직으로 쫓겨나고 말았으니 해서는 더 이상 무용을 떨칠 수없는 장수가 된 셈이었다.

이러한 자신의 대우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해서는 억울함을 황제에게 진정했다. 이러한 진정은 주효하여 1569년(융경 3년) 강남의 순무(巡抚)로 다시 임명되었다. 강남 순무의 아문은 소주에 있었는데, 그의 관할 지역에는 10개의 부가 있었다. 이들 지역은 명나라에서 경제와 문화가 가장 발달했던 곳이기도 했지만 빈부의 차가 큰 지방이었고, 또한 비옥한 농토를 대량으로 점유하고 있던 대관료와 대지주들이 집중되어 있던 지역이라 다스리기가 그렇게 쉽지 않은 지역으로, 이곳에 부임한 많은 관리들이 낭패를 당하기 쉬운 그런 지역이었다. 당시 그를 순무로 임명한 사람은 내각 대학사 장거정이었는데, 이부 역시 다루기 힘든 ‘눈의 가시’인 해서를 이용하여 그를 정치적으로 곤궁에 처하도록 하기 위해 이곳에 보내었다는 설도 있다. 

청렴결백한 해서는 독직(读职)이나 횡령 등 범죄행위를 가장 싫어하였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난징, 쑹장(松江), 창저우(常州), 쩐장(缜江), 회이저우(徽州) 등을 순시하면서 포고령을 내려 일체의 독직과 탐오행위를 엄금하고, 그런 폐해를 제거하는 일에 힘썼다. 폐해를 제거 했다는 것은 주로 지방 세력가나 대지주들의 불법행위를 벌하고 그들이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던 토지를 환수하여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돌려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권세가들의 범죄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죄질이 큰 경우에는 곧 바로 파직시키면서 엄히 다스렸다.

대관료들과 대지주들은 해서의 이러한 행위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들은 온갖 꼬투리를 잡아서 중앙 관리들과 함께 황제에게 해서를 모함하곤 했다. 지나치게 편협하고, 지방의 신사들을 못살게 굴고, 악한들을 옹호하고, 자신의 명예만을 추구하면서 조정의 정책을 파괴하고 있다고 황제에게 해서를 무고했다. 황제는 이들의 말을 듣고 해서를 파면했다. 이렇듯 해서는 고위 관리들과 대지주들의 공통된 적이 되어, 결국 부임 후 8개월 만에 파면되어 고향 옛 집으로 되돌아가는 신세가 되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해서는 의지할 곳 없어 외로운 생활이었지만, 독서로 나날을 보내면서 절망감과 공허감을 달래었다. 또한 그의 옛 동료들과 서신으로 주고받으면서 억울함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1585년, 만력제(萬曆帝, 神宗, 1563-1620)는 이미 퇴직하여 15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낸 해서를 다시 기용하였다. 해서는 난징의 우첨도어사(右佥都御史)에 임명되었다가 다시 난징의 이부우시랑(吏部右侍郎)이 되었는데, 그 때 나이 이미 일흔 두 살의 고령이었다. 고령이지만 해서는 청빈한 생활을 하면서 탐관오리들을 제거하고 합당한 판단으로 민심을 안정시키면서 강남의 발전을 위해 힘썼다. 

그러나 연로한 해서는 난징에서 재직 중, 병을 얻어 1587년 11월 13일에 7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다 망가진 나무 침대위에 누워 눈을 감았는데, 시신 옆에는 낡은 이부자리와 옷가지뿐이었고, 남긴 재산은 은 열 냥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참으로 일생 동안 청렴하게 살았으며 수십 년 동안 관직에 있으면서 백성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다가 의연히 세상을 떠났다. 그는 관조차 살수 없는 어려운 형편이었기에 백성들이 의연금을 걷어 장례를 치렀다. 

해서가 남긴 물품을 보면서 사람들은 슬픔에 잠겨 눈물을 흘리며 통곡했다. 시장 상인들은 가게 문을 닫고 흰색 의관을 정제하고 장례 행렬의 뒤를 따랐다. 강남의 백성들은 강남 순무로서 자신들에게 많은 복리를 증진시킨 그에게 깊은 애도의 정을 표시했다. 후세 사람들은 청백리로 살다 간 해서를 “해청천”이라 칭하며 그를 추앙하였다.

하이코우시 교외에 있는 해서의 묘원
하이코우(海口)시 교외의 빈야춘(滨涯村)에 해서의 묘원이 남아있다. 그가 죽은 후 2년이 지난 1589년에 건설한 묘원으로, 황제가 직접 하이난따오에 묘지 건설 감독관을 파견하여 건설하였으며, 현재 하이코우시 팔경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해서의 관을 난징에서 운반하여 오던 중 이곳에서 운구하던 끈이 갑자기 끊어지자, 해서 자신이 명당으로 정한 것이라 여기고 이곳에 분묘를 두었다고 한다.

묘원의 면적은 약 5,000㎡에 이르고 있으며 “월동정기(粤东正气)”라는 글의 패방(牌坊)이 있다. 능묘 앞에는 100m나 되는 길이 있는데 모두 화강암을 이용하여 만들었으며 길 양쪽에는 돌로 만든 양, 말, 사자, 거북, 사람상 등이 있고 야자나무, 소나무, 대나무 등이 사계절 내내 푸르고 울창하게 피어 있다. 그 앞에 석인, 돌사자, 돌 양, 돌 말, 돌 거북 등이 줄지어 있고, 해서의 일생을 그림으로 그려 전시해 놓은 해서 문물 전시실도 설치하여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교육적 효과를 주고 있기도 하다.

능묘는 악비를 모신 항저우의 ‘악왕묘(岳王墓)’와 배치가 비슷하며, 분묘는 직경6m, 높이 6m의 크기이며, 묘 앞의 석비에는 “명왕칙장자선대부남경도찰원우첨도어사증태자소보시충계해공지묘(明皇敕葬资善大夫南京都察院右佥都御史赠太子少保谥忠介海公之墓)”라는 30자의 글이 석각되어 있는데 이것으로 보아 이 묘는 황제의 칙장, 곧 만력제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 비는 높이4m, 넓이0,8m, 두께10m의 크기인데, 약 400여 년 전에 세워진 원래의 비석이라고 한다.

우한의 『해서파관』으로 다시 부활한 해서
『해서파관(海瑞罢官)』은 1959년 4월 상하이(上海)에서 상극(湘劇:湖南省의 지방극)을 본 마오쩌둥이 해서의 ‘직언감간(直言敢谏)’ 의 정신을 널리 보급하도록 비서인 후챠오무(胡 乔木)에게 지시한 것에 따라서, 당시 베이징시의 부시장이며 베이징대학 명대사 교수인 우한이(吴晗) 1960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61년에 경극으로 공연되어 사람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았다. 우한은 이 후에도 『해서를 논함』등을 경극 대본을 썼다.

그런데 문화대혁명 때 4인방의 한 사람이었던 야오원웬(姚文元)은 1965년 11월 10일자 상하이의 일간지『문회보(文汇报)』에 “신편 사극 해서파관을 평한다.”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우한의『해서파관』을 비판하였다. 이 논문은 우한이 『해서파관』에서 ‘해서’를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으로 인한 실정을 비판하다가 실각한 ‘평더화이(彭德怀)’로 비유하고, ‘가정제’를 ‘마오쩌둥’으로 비유하여 쓴 것으로, 우한은 봉건시대의 공직자를 긍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지주계급국가를 미화하고, 혁명의 필요가 없는 계급 조화론의 입장에 서 있으며, 결과적으로 ‘해서파관’은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사회주의에 반하는 ‘독초’라고 공격하였다. 이 경극이 돌연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야오원웬이 마오쩌둥의 의중을 읽고 우한의 상사인 ‘펑전(彭真)’을 실각시키려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그 후 펑전을 비롯하여 루띵이(陆定一), 뤄루이칭(罗瑞卿), 량상쿤(楊尚昆) 등이 실각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우란의 ‘해서파관’은 ‘문화대혁명’(1966-1976)의 서막이 되었고, 우한은 문화대혁명 중에 투옥되었다. 우한은 결국 심한 탄압 끝에 1969년에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다.

해서와 우한, 그들은 서로 380여년이나 떨어진 시간 속에 존재한 인물이지만, 정치적 주장이나 도덕관념, 개인의 삶에 이르기까지 유사한 면이 많다. 해서는 생전에 “부귀로 현혹시킬 수 없고, 가난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없으며, 위엄으로 굴복시킬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는데, 우한 역시 그것을 자신의 생활신조로 삼고 살다가 비참하게 마지막 생을 마쳤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587년 11월 13일은 명대의 정치가인 해서가 가정제, 융경제, 만력제 등 세 황제를 섬기면서 청렴결백하고 공정한 관료로 관직 생활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그는 일생을 청백리로 살면서 타의 모범이 되었기에 후세는 그에게 “해청천”, “남포공(南包公)”、“포공재세(包公再世)” 등의 영예스런 미칭을 많이 붙여 칭송하고 있다. 2년 전 중국에서는 청백리 해서를 기리기 위하여 가정제와 해서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대명황제, 1556 가정제와 해서(大明王朝 1556 嘉睛与海瑞)”가 그것이며, 이 드라마의 짱리(张黎)가 연출하였고 실력파 배우 천빠오궈(陈宝国, 가정황제), 황즈쭝(黄志忠, 해서), 왕칭샹(王庆祥, 호종헌), 니따홍(倪大红. 엄숭) 등이 출연하여 당시 관료사회의 부패상과 해서의 청렴성, 엄격성, 공정성을 잘 부각시킴으로써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현실적으로 정치가나 관료들의 부패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만큼 해서의 활약에 쾌재를 부르면서 이 세상에 해서와 같은 청렴결백한 관리가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으리라. 그러므로 정치가 부패하고 사회가 어지러우면 어지러울수록 관리로서 청렴결백하게 살았던 해서는 후세에 더욱 추앙 받게 되고, 그에 관한 얘기는 더욱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전순동/ 본지 집필위원 . 충북대학교 역사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