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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4.28 통권 101호     필자 : 반석 프린트   이메일 
[선교사의 삶과 사역]
그날을 기다리며

사랑하는 이들을 닮아가다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러 이제는 현지인과 나를 특별히 구별하려고 하지도 않게 되었고 현지인조차도 외국인이라 믿어주지 않는 현실을 경험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지난여름 현지에서 제일 큰 호수를 가이드하면서 여행자들의 의견 번복으로 인해 샀던 표를 물리게 되는 일이 있었다. 표를 환불코자 하는데 나를 현지인으로 착각한 매표원이 내게 이런저런 무시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이것은 이 땅에서 내가 사랑하는 우리 티베트 사람(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이들을 우리 티베트 사람이라 부르게 되었다.)들이 겪어야 하는 작은 고초 중의 한 가지이다. 예전 같았으면 분명 그 자리에서 매표원에게 난 외국인인데 사과하라고 했을테지만 그 날은 욕을 먹고 무시를 당했는데도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그들과 동일한 마음과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셨다는 생각에 얼마나 감사한 순간이었는지 모른다. 죄 없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을 위해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를 지신 모습을 떠올리며 그 때의 주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티베트 민족의 문화 속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손님을 접대하고, 춤과 서로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겉으로 느끼는 친밀감을 발견하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아마 현지인 집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내가 하는 말의 뜻을 금방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공유하며 친밀감을 느끼고 서로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는데 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티베트불교와 문화가 삶과 모든 영역가운데 깊숙이 자리 잡은 곳이기에 문화와 종교가 다른 외국인은 더욱 그런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만나고 대화를 할 수는 있지만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고 교제하기는 쉽지 않은 것을 약간의 시간만 지나도 쉽게 알 수 있다.

희망목장 친구들
내가 학교에서 주로 만나는 친구는 건가, 짜시, 나와라 불리는 23살, 24살의 조금은 어린나이의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 그룹을 희망목장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언젠가 알게 되어 믿게 될 주님이 그들과 민족의 삶의 유일한 희망인 것을 미리 선포하며 만나고 교제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거의 없는 시골에서 공부하는 외국인유학생 신분인 나에게 희망목장 아이들은 친구이면서 친동생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우리도 처음에는 서로를 향해서 관찰하기도 하면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었다. 3학기를 보내면서 하나님의 구체적인 개입으로 인하여 지금은 동생이요, 친구가 되어버린 녀석들 때문에 삶이 굉장히 풍성하며 행복하고 즐거운 것을 보게 된다. 아마도 지난 학기 때 있었던 일들 때문에 지금의 친밀함을 유지하게 되었던 것 같다. 몇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그 중의 한 가지는 자기들의 문제와 가정의 문제에 대해서 나에게 나누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그럴 때마다 난 아이들에게 꼰촉(하나님)에게 기도해도 되겠냐 이야기 하고 아이들과 가정의 문제를 위해서 기도하고 축복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다. 이곳 사람들은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 할지라도 가정문제에 대해서는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방인인 나에게 찾아와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은 꼭 복된 소식을 갈구하는 모습처럼 보였었다.

나머지 한 가지 중요한 일은 작년 크리스마스 때였다. 한국에서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지만 이 곳 사람들 중에는 태어나서 크리스마스를 한 번도 지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그렇기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 바로 외국인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은 그들에게 충분한 흥분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시간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시간이 잘 사용되어 질 수 있도록 기도하며 크리스마스 행사를 준비했었다. 

그 날 우리는 티베트 대학생들이 부끄러워 잘 하지 못하는 “맑은 물 부어주기”(서로를 향해 축복과 사랑, 격려를 표현하는 시간)와 복음을 전하고 “예수” 영화를 함께 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맑은 물 부어주기”를 할 때 너무나 쑥스러워하며 말문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어디서 이런 순수한 청년 대학생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부끄러운 어조로 짜시가 먼저 말을 꺼내며 친구들에게 맑은 물을 흘려주기 시작했다.

그 날 친구들의 “형이 우리를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고 사랑하는지 알고 있어요. 우리를 항상 친동생처럼 챙겨줘서 고맙고 우리가 언제까지나 귀한 친구가 되길 바래요.” 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눈시울을 적셨던 기억은 지금도 나에게 그들과 함께 공유했던 따뜻함과 행복함으로 밀려온다.

“맑은 물 부어주기”를 마친 후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현지어로 된 “예수”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 메마르다고만 생각했던 아이들을 보며 에스겔에 나오는 동일한 환상을 보았었다. 흩어져 너무나 메말라버려 가망이 없는 메마른 뼈라고만 생각했던 아이들에게 살이 붙고 힘줄이 생기는 것을 보게 하셨던 시간 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더 소망하게 하셨는데 그것은 하나님께서 불어넣으신 생기로 인해 그들이 하나님의 근사한 군대가 되는 것이다. 그 날의 흥분은 아직도 내 마음에 고스란히 간직되어 살아 움직이고 있다. 친구들은 그 날을 통해서 나와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하였다라고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들이 보지 못한 더 깊은 영적인 하나님의 계획을 보았었다. 언젠가 내가 보았던 이 이야기들을 나누며 함께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기를 너무도 간절히 소망한다.

삶이 예배가 되어 
친구들을 그렇게 만지시는 하나님께서 현지에서의 조금은 짧은 시간동안 나를 얼마나 깊이 만나주셨는지 모른다. 한국에서의 사역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굉장히 지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전적으로 나를 당신이 너무도 사랑하는 이 땅에 보내셨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셨을 때의 모습을 간직한 이 땅의 자연 속에서 회복의 시간을 넘어서 삶 속에서 그 분을 예배하고 하나님을 느끼는 시간의 기쁨을 알게 하셨다. 예배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친구들을 만나러 구불구불한 산을 넘고, 초원을 달려갈 때도, 학교에서 언어를 배울 때도 나에겐 이 모든 시간이 하나님을 만나고 그 분과 교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철저한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너무도 놀라운 아버지의 임재를 경험하며 살아가게 된 것이다.

평범한 수사였던 로렌스 형제가 주방일과 갖은 궂은일을 하면서도 하나님을 삶 속에서 깊이 만났던 것을 기억한다. 교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하나님께서 동일한 기쁨과 즐거움을 내 삶에서도 조금씩 경험하게 하시고 있으며 더더욱 소망하게 하셨다. 그래서 현지에 와서 만났던 분들 중 몇 사람은 그런 나를 보면서 하나님께서 펼치신 땅에서 너무도 잘 누리며 살아간다고 하시면서 “자연인” 이란 아름다운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자연인”이란 이름처럼 내가 있는 어떠한 곳에서든지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누리기를 생각하고 소망한다.


암미의 삶을 기다리며

이 땅과 민족을 향한 아버지의 음성을 들으며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순종함으로 이 땅의 많은 사람들에게 온전한 대언자로 설 수 있도록 깨어있는 것이다. 참으로 부족함이 없이 놀라운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온전히 전할 수 있는 통로로 말이다. 그렇게 나를 준비시키는 하나님의 계획과 뜻을 신뢰하며 오늘도, 내일도 초원을 가로질러 친구들을 만나러 갈 것이다. 많은 구약의 선지자와 믿음의 선진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둠의 세력에 사로잡혀 암미(하나님의 백성)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나의 사랑하는 목장친구들과 민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분명 암미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할 것을 확신하기에 조용히 하나님 앞에서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두 손 모으는 것을 쉬지 않을 것이다.


반석 | 중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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