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용(龙)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화교네트워크”

#장면 1
시간을 좀 거슬러 올라가본다. 2007년 2월 27일. 세계증시는 이날을 ‘상하이증시의 쿠데타’라고 기억한다. 상하이증시의 폭락은 유럽과 미국을 차례로 강타한 뒤 다음날 아시아증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전 지구가 상하이발 ‘차이나 쇼크’에 휩싸인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하이증시는 세계증시의 변방이었다. 그런 상하이증시가 세계 굴지의 증시를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이제 상하이증시는 더 이상 변방증시가 아니라 세계증시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한국증시도 이전에는 미국에 커플링(동조화)됐으나 지금은 중국에 커플링돼 있다. 이제 차이나라는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는 세계경제를 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그려지는 몇 가지 장면의 핵심은 중국이 지구경제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고속성장은 향후 20-30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이 발전했다고 하나 동남연해만 개발됐을 뿐 서부 내륙지방은 아직도 미개발상태다. 따라서 중국은 향후 20-30년간 현재의 고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최고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발전 가능성은 거의 무한대”라며 “중국이 2015년 일본을, 204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최고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중국 급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개혁개방으로 상징되는 효과적인 공산당 일당독재 리더십, 미국과의 경제적 밀월, 대규모 화교 자본의 유입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책에선 이 세 가지 중 마지막인 대규모 화교자본의 유입과정을 그려주고 있다. 강력한 정치 리더십, 지정학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경제를 운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화교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화교는 ‘한번 중국인이면 영원한 중국인’이란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중국이 현대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막대한 ‘시드머니(seed money, 종자돈)'를 대주었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 해외직접투자(FDI)의 대부분이 화교자본이었고, 지금도 FDI의 3분의 1이 화교자본이다. 특히 대만과 홍콩의 화교들은 자본뿐만 아니라 경영과 기술 노하우를 중국에 전수하며 조국의 고속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세계 최강의 화교네트워크
화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해외동포 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90여 개국에 약 5,500만 명의 화교가 산재해 있다. 화교경제의 규모는 GDP 개념으로는 약 6,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화교들이 운용하는 유동자산만 2조 달러이고, 고정자산까지 합하면 약 3조 달러에 달한다. 최근 중국 해외동포의 활약상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금융 산업이다.

화교는 조국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글로벌한 세계에서 국제적 마인드를 갖고 있는 이들은 점점 더 빛을 발할 것이다. 화교의 현주소는 과거와 비교할 때 참 아이러니하다. 원래 이들은 조국에서도 현지에서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존재였다. 오히려 조국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었다. 화교들은 기아와 가렴주구의 폭정을 피해 고향을 떠났다. 고국에서 버림받은 이들은 현지 정부의 보호도 받지 못했다. 그들은 이 같은 한을 풀기 위해 돈을 버는 데 집착했고 결국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조국이 이제는 그들의 자본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조국에서 버림받았던 화교들은 공산 중국의 칙사 대접을 받으며 대륙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들의 존재가 정말 무서운 것은 이미 글로벌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기원전부터 해외로 나갔기 때문에 세계 어디에나 화교공동체가 형성돼 있다. 화교네트워크는 정보통신 혁명으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퍼져있는 화교글로벌네트워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네트워크, 자본, 글로벌 마인드를 장착하고 있는 화교는 이 시대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이 될 것이다.
 

화교의 자본형성 과정
화교는 대부분 빈손으로 해외로 나왔기 때문에 쿨리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악착같이 돈을 벌어 돈이 모이면 개인사업을 한다. 현지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에게 직장생활보다는 개인사업이 여러모로 유리했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유통업에 종사했다. 초기 투자가 적어도 할 수 있고 화교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으며 자금회수가 빠르기 때문이다. 화교들은 유통을 장악함으로써 동남아 상품경제를 지배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은 동남아 각국의 상품경제를 장악한 화교들 때문에 전쟁에서 패했다. 화교들은 오히려 중국 대륙에서 항일 전쟁을 벌이고 있던 국민당과 공산당에 막대한 군자금을 지원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남아 화교들은 급격하게 재산을 불렸다. 식민지시대가 끝나면서 서구열강이 철수했고 이 와중에 소유권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동남아는 화교가 경제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자 대부분의 재산이 화교의 손에 떨어져 있었다. ▤

 

♣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