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중국의 대표적인 경영대 중의 하나인 베이징대학교 경영대학(광화관리학원)의 유래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유명 경영대학은 기부자의 이름을 따서 학교의 명칭으로 사용하곤 한다. 예를 들어 유펜(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경영대학인 와튼 스쿨(Wharton School)은 철강기업을 거느린 조셉 와튼(Joseph Wharton)의 기부금으로 1881년에 설립되었다. MIT의 슬론경영대학(Sloan School of Management)는 1950년 앨프리드 P. 슬론 (Alfred P. Sloan)이 5백만 달러를 기부하여 만들어졌다.

이렇게 기부자들의 이름을 학교 이름으로 사용함으로써 기부자에 대해 최상의 예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이름을 돈 많은 부자에게 팔아버리는 행위라고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진리의 상아탑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전통이 미국 대학을 엄청난 부자 대학으로 만들었고 이러한 자금력은 미국 대학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린 힘이 되었다.

이러한 시스템을 한국에 적용하기에는 국민 정서상 거부감이 강하다. 기부 입학 논쟁에서도 보듯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평등의 가치를 훼손하는 시도 자체를 불온하게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많은 대학들이 기부금을 받지만 단과대학의 이름을 기업이나 기부자의 이름을 딴 경우는 아직까지 없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베이징대학교는 중국에서 가장 먼저 기부자가 원하는 이름으로 경영대학의 이름을 바꾼 첫 번째 학교이다. 베이징대학교는 광화재단의 기금으로 경영대학인 광화경영대학(Guanghua school of management)을 만들었으며 선전에는 HSBC은행의 이름을 딴 HSBC 경영대학(HSBC school of management)을 설립하였다. 대만의 광화기금회라는 재단에서 1000만 달러를 베이징대학에 투자한 것이 베이징대학교 경영대학의 시작이었다. 광화(光华)란 의미는 언젠가는 대륙을 수복하겠다는 대만 사람들의 의지를 상징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쾌한 이름일 수밖에 없다.

원래 광화재단은 중국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던 칭화대학을 접촉했다. 그러나 칭화대학은 이 이름을 불편해하면서 기부금을 거절했다. 그러나 당시 칭화대학에 밀리던 베이징대학은 이 이름과 돈을 수용했다. 당시 이 자금은 막대한 가치를 지닌 액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베이징대학교 경영대학은 서구의 대학에 비견되는 현대적인 경영대학 건물을 지을 수 있었으며 북미권 경영대학의 연봉에 가까운 파격적인 조건으로 해외파 교수들을 선발할 수 있었다. 이러한 투자로 인하여 베이징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쟁력은 단시간에 급상승 하였으며 중국의 수능이라고 하는 가오카오(高考)의 수석들이 입학하는 단과대학이 되었다.

한편 2008년 HSBC은행은 5억 위안을 베이징대학교에 기부하여 선전에 HSBC경영대학을 만들게 되었다. 광화관리학원이 연구중심학교라면 HSBC경영대학은 MBA 등 실무위주의 교육을 특성화했다. 이렇게 베이징대학교는 자본과 손을 잡고 학교 이름까지 내어주는 파격적인 수용을 통하여 성장했다. 단대 교수의 연봉체계와 학생지원 역시 독립적인 재단의 관리대로 운영되고 있다. 철저하게 자본주의 논리를 따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 총수가 엄청난 돈을 모 대학에 기부한 적이 있다. 학교에서는 감사의 의미로 총수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하였는데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서 악덕 기업인이라며 행사 자체를 망친 적이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대학에 선뜻 돈을 내어 놓을 수 있을까. 자본과 손을 잡은 중국 대학과의 경쟁에서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성진 |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