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머리로 준비하는 단기일정
이제 곧 여름이면 각 교회마다 단기선교 일정으로 분주해 질 것입니다. 이미 참여할 인원들을 선발하고 훈련과 준비모임을 시작한 팀들도 있겠지요. 아무튼 시작이 반이라면 남은 반은 꾸준한 실행과 점검일 것입니다. 작년 가을 추석연휴에, 교회 당회원 장로님들과 은내천 지역을 다녀오면서, 사전에 8주간의 기도와 준비모임을 가졌습니다. 언어공부도 몇 주간 했는데요. 가장 기본이 되는 성조와 자기 이름, 그리고 간단한 인사말 정도를 함께 배우며 관심도를 높여갔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이해와 선교기본에 관한 좋은 글들을 발췌, 제본하여 모일 때마다 함께 읽고 토의해 갔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큰 유익을 주었던 중요한 나눔은 관련 지역의 다큐멘터리나 여행기와 같은 동영상 활용이었습니다. ‘독서는 머리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발로 하는 독서’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머리로 하는 책읽기뿐만 아니라 다리로 하는 여행은 온몸으로 배우고 느끼는 좋은 사전 학습의 기회가 됩니다. 중국 정중앙에 있는 다이아몬드 형상을 한 닝샤후이족자치구. 많은 중국 내 보석과 같은 풍경 중에서도 아직 그 속 모습을 감추고 있어 다이아몬드와 같이 숨겨진 광채를 지닌 채 방송과 신문에서도 탐방취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012년 EBS에서 4부작으로 방영된 <세계테마기행> 닝사편을 소개하며 후이족자치구의 전체 스케치를 그려보고, 이해를 높였습니다.

자연이 준 선물
다큐멘터리의 1부의 제목은 <자연이 준 선물>로 중국에서 보기 드문 울창한 수목과 바닥이 들여다보일 듯 깨끗한 물이 흐르는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류판산과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 중 하나로 꼽히는 사포터우, 그리고 18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동수단인 양가죽 뗏목을 타고 황허의 물줄기를 따라 거슬러 오르면 작은 사막과 갈대숲이 우거진 호수, 샤후(沙湖)를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공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류판산이 유명해진 또 다른 이유는 불세출의 정복자 칭기즈칸이 중국 정벌에 나섰다가 병사한 곳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학자들 사이에선 이곳이 칭기즈칸이 묻힌 장소라는 설도 있어, 아름다운 자연 속, 전설처럼 내려오는 위대한 정복자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중국 속의 이슬람, 후이족
2부의 주제는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중 가장 많은 수의 이슬람 민족이라 할 수 있는 후이족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과거 실크로드를 따라 넘어온 아랍과 페르시아 상인들의 피가 섞인, 후이족에게 있어서는 이곳 닝샤후이족자치구가 바로 이들의 고향입니다.

자치구의 중심도시 인촨은 구석구석에 오랜 세월동안 후이족 사람들의 흔적이 담긴 삶의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 중국 안에 작은 중동 같은 풍경들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화회향문화원(中华回乡文化园)에는 실크로드를 따라 전해진 이슬람 문화의 유물들을 비롯해 중국식 절의 건축양식이 결합한 이슬람 사원이 있는데, 하루 다섯 번, 예배 시간을 알리는 소리 ‘방커’가 경건하게 울리며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장면은 후이족의 전통 결혼식이 열리는 현장으로 잘 꾸며지고 축제 속에 치르는 결혼문화와 이슬람 지도자 ‘아홍’이 주관하는 경건한 모습의 결혼식 분위기도 함께 보여줍니다.
 

동방의 미스터리, 시샤왕국
제3부에서는 동방의 미스터리이자 여전히 중국 역사학계의 과제로 남겨진 시샤왕국의 역사와 신석기 문화를 대변하는 허란산 암벽화를 보여줍니다.

고대로부터 황사의 발원지였던 내몽고 지역으로부터 불어오는 모래 바람을 허란산맥이 병풍이 되어 막아주고 있기에 닝샤 사람들에게 있어 허란산은 신령한 산이고 생명의 모태와 같이 여겨졌습니다. 또 이 허란산 계곡에는 1만3천 년 전 북방 유목민족들의 생각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암각화’가 유명합니다. 암각화로 그려진 주제도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동물 형상은 물론, 원시인들의 기원과 소망이 담긴 그림까지 이 땅의 선조가 남긴 생생한 삶의 흔적을 엿 볼 수 있습니다. 

또 허란산 기슭에는 11세기 무렵 존재했던 불교 왕국이자 실크로드의 중요한 거점지역을 다스렸던 시샤왕국은 과거 2백년에 걸쳐 왕국의 황금기를 누리며, 자신들만의 문자를 만들어 쓸 정도로 융성한 문화발전도 이루었지만, 몽골제국의 이민족 말살정책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미스터리로 남게 됩니다.

그리고 시샤왕국의 분위기를 조금 더 클로즈업하여 당시 주요 교역물자 중 하나였던 구기자를 따라 시샤왕국의 마지막 후예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해마다 수확기가 되면 붉게 익어가는 구기자가 가득해지는 오지마을에는 왕조의 화려한 유물은 없지만 직접 농사지은 작물들로 마련한 따뜻하고 소박한 밥상과 함께, 역사책에선 만날 수 없었던 이들만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역사와 공존하는 삶
마지막 4부에서는 1부에서 소개하지 못한 역사적 문화유산과 그 흔적의 주인공들이었던 후이족 사람들의 현재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인촨과 함께 고대 도시인 구위안(固原) 안에는 중국 10대 석굴 중 하나인 쉬미산(须弥山) 석굴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붉은 바위산 절벽 곳곳에 숨어있는 불상들은 중국 불교사에 있어서 조각예술의 정수로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또 한 곳은 중국 고고학의 발원지라는 수식어와 함께 3만 년에 걸친 유물과 유적이 잠들어 있는 수이동거우(水洞沟)를 보여줍니다. 이곳은 한때 긴 협곡의 안쪽 벽에 동굴을 파내 은신처로 사용했던 곳으로 적을 방어하기 위해 설치한 함정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다시 한 번 닝샤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종착지는 옛 만리장성의 서쪽 끝자락을 지키며, 벽돌이 아닌 흙으로 세워졌던 성벽 샤마관(下马关)과 그 안에 동굴 집을 만들어 3대가 함께 어우러져 지내는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자연에서 시작한 닝샤의 여행기록은 그 안에 조화를 이루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한 가정의 모습으로 여정을 마칩니다.

새로운 동영상을 기대하며
중국 내 이슬람 소수민족인 후이족의 고향, 닝샤에는 황허의 풍요로움과 이슬람의 동양적 정취가 살아있습니다. 아직도 미개척 된 숨어 있는 여행지일 뿐만 아니라 영적으로 미답보(未踏步)된 숨겨진 민족의 공동체입니다. 지금도 그곳을 향한 발걸음은 이어져야 하고, 그곳의 소식들은 들려져야 합니다. 은내천에 대한 기행과 기록문화는 공유와 대중화를 통해 문화적 고립이 영적인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문과 교류의 끈을 이어가야 합니다.

특별히 단기팀들이 오랫동안 꾸준함으로 소외지역의 길을 열어가야 합니다. 아직도 기존의 매체를 통해 소개되지 않은 곳으로 들어가 생활상과 영적인 필요를 기도제목 삼아 돌아와야 합니다. 젊은 물결이 젊은 도전이 필요한 곳으로 모일 때 사역의 젊어짐을 회복하고, 수고의 열정이 성숙의 열매로 맺어짐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여름 많은 젊은이들의 영적인 땀이 배어있는 기쁨의 발걸음을 기대해봅니다. 또 다른 청년행전의 열전이 닝샤를 배경삼아 펼쳐지고 공유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관 | 전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