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교에 경계경보가 울렸다. 많은 선교사들이 비자연장이 되지 않거나 재입국이 거부되어 선교지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나 역시 20년 장기사역자로서 방심할 수 없음을 직감하였다. 이런 위기 속에서 중국선교의 비전은 무엇이며, 또 이루어야 할 미션은 무엇인지, 중국선교(China Mission)에서 선교중국(Mission China)으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전환의 시대에 중국선교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고민하며 집중적으로 기도하였다. 

제주는 중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부동산이민제도를 시행한 후 여행사, 리조트, 호텔 등을 중국인들이 구입 운영하기에 중국인 거주자들의 수효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하루 중국인관광객이 2만 명, 제주대학에서 공부하는 중국인유학생들이 500-600명에 달한다. 90년대, 인천항에 들어오는 중국인들의 수가 하루 800명이 넘었던 것에 비한다면, 지금 제주도는 복음의 황금어장이며 중국선교의 요충지라 할 수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저희 부부의 중국선교는 종결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진행되었던 사역들과 결실들이 큰 저력이 되어 제주도 사역을 위한 튼튼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으로 확신했다.

그럼에도 제주도에는 중국인을 위해 선교하는 교회나 단체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도전을 받았고 부담이 되었다. 내가 속한 선교회의 대표도 “박애린 선교사 부부가 제주도에 중국선교 기지를 세운다면 하나님이 기뻐하실”거라고 힘을 실어 주었다. 주변의 교회들도 저희 가정이 제주도에서 중국선교를 함께하는 동역자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제주도는 중국인의 세계선교를 위한 요충지로 준비해 놓은 지역이라는 확신을 주셨다.
                                                                                                          

 20년을 살았던 선교지를 떠난다는 것, 일의 형태를 바꾸며 새로운 일에 대한 배움과 익힘 그리고 분별을 해야 하는 저희로서는 힘든 결단이었기에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고 점검받는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하나님은 여러 가지 사건과 환경을 통해 제주도로 선교지를 옮기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확증을 얻었다. 즉각 마음으로 순종하여 남편 전모르드개 선교사와 함께 제주도를 방문하였다. 전혀 알지 못하는 분들을 만나게 하시고 한 주간 동안 묶을 집과 차까지 해결해 주시면서 성령님의 다양한 방법으로 세심하게 인도하심을 체험했다. 드디어 저희 부부는 제주도로 오는 것에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2013년 7, 8월 여름 사역을 마치고 9월경에 제주도에 다시 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중국으로 들어가던 중 공항 출입국 심사에서 제동이 걸렸다. 나의 현지선교 20년은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한 치의 오차 없이 일하시는 하나님께서 저희의 스케줄을 직접 관리해 주셨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제주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게 하셨다. 마침내 제주에 센터가 세워지고 동역자들의 기도와 협력으로 사역이 시작되었다.
 

지나온 20년 사역을 뒤돌아보니 열정(passion)은 있었으나 중국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급하고 강한 성격으로 일의 추진력은 있었으나 성숙치 못하고 오만한 모습이 오히려 현지 동역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하였다. 제주도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과거를 거울삼아 더욱 신중하게 구상하고 계획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더욱 조심하며 겸손하게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아야겠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하실지 기대하면서 마음을 활짝 열고 현지 문화에 대해 배우고, 현지인들을 알아가야 할 것이다. 열정과 헌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동안의 시행착오들을 과감하게 도려내고 수정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보기도와 사역에 있어서 지혜가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선교적 전략 요충지인 제주도에 선교기지가 세워지고 선교중국의 거점으로 쓰임받기 위해서다. 그동안 복음으로 낳은 영적 자녀들이 중국 전역에서 복음전파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비전과 축복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그것은 앞으로 중국교회가 세계선교를 감당하는 데 동역하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선교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타문화권을 위한 선교감각을 지닌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이슬람권, 힌두교권, 불교권을 비롯한 미전도 지역으로 나가기 위한 훈련과 파송, 멤버케어 등 총체적인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중국을 선교하던 시대에서 중국을 통해 세계 최대의 선교사 국가를 일으키도록 중국선교의 방향을 전환하는 그 일의 한 작은 부분을 제주도에서 시작하려 한다. 새로운 비전과 사명 앞에 잠시 혼란스럽고 두렵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일하신다면 주님의 일들이 이곳 제주도를 통하여 성취되어 가는 것은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저희 부부에게 주신 은사를 마음껏 사용하라는 주님의 부탁 앞에 겸허한 자세로 순종하고자 한다. 

새로운 중국선교지 제주도는 선교중국의 시대를 이어주는 올레길이 되리라 기대하며 기도한다. 하나님만이 Best Schedule Planner 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없으신 하나님께서 경계를 허무시고 공간을 확장시켜 주신다. 사람은 중국(해외)과 한국(국내)으로 구분하지만 하나님은 시공간을 초월하시는 분이심을 굳게 믿는다.  
 

박애린 | 중국어문선교회 J센터장,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