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33년 동안 타이완기독교 발전에 공헌한 퍼거슨 목사(Rev. D. Ferguson, M.A. 1860-1923, 宋忠堅)를 소개하고자 한다.

타이완 최초의 여의사 퍼거슨 목사의 사모 엘리자베스
1891년 11월 퍼거슨 목사는 타이완에 온지 2년 만에 타이완 최초의 여의사 엘리자베스 크리스티(Dr. Elisabeth Christie, 1864-1901)와 홍콩에서 결혼하였다. 퍼거슨 목사부부는 1892년 2월 19일에 홍콩에서 타이난으로 부임하였다. 그들 부부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힘을 합하여 타이완선교에 최선을 다했다. 엘리자베스는 특히 부녀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녀는 의학학위를 세 개나 소유한 전문의로 그 당시 찾아보기 힘든 여자 의사였다. 엘리자베스 사모는 언어를 배우면서 그 지역 교회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눈에 보이는 환자들을 치료하며 돌보아 주었다. 이때 영국여전도회에서 지원받은 의약품은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엘리자베스 사모는 임신부들의 출산을 도왔다. 남부에서 목회하는 황넝제(黃能杰) 목사의 사모가 난산으로 고생할 때, 엘리자베스 사모의 도움으로 산모와 딸이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이에 황 목사는 크게 기뻐하며 딸의 이름을 엘리자베스의 중국이름을 따서 황이리(黃以利)라 지었다. 후에 황이리 여사는 남부에서 여러 교회를 개척하였다.
 
엘리자베스 사모는 당시 낙후된 타이완의 의료 때문에 많은 산모들이 난산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또 여성들이 사회적 제약 때문에 마음 놓고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없는 환경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그녀는 부인병원 건립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적극 추진하였다. 그러나 토지 취득이 쉽지 않아 고전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자베스 사모가 세 자녀를 데리고 무자(木柵)교회를 방문하여 전도 및 의료 활동을 하는 중에 갑작스런 병에 걸렸다. 몇 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으나, 1901년 1월 17일 서른일곱의 젊은 나이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그녀의 소천으로 타이난에 부인병원을 설립하려는 계획을 부득이 취소되었다.

평화의 사자(使者)
1894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였다. 청나라 정부는 이 전쟁에 패하여 1895년 4월 17일 일본과 마관조약(馬關條約)을 체결하고, 전쟁의 배상으로 타이완과 펑후(澎湖)를 일본에게 할양해야 했다. 이로써 타이완은 네덜란드(1624-1662), 정성공(1662-1684), 청나라(1684-1895)에 이어 네 번째로 일본 식민 통치에 접어든다. 일본군은 타이완을 인수하기 위해 동부로 상륙하여 남쪽으로 진격한다. 일부는 해로를 통해 남부에 상륙하여 당시 타이완의 수도인 타이난을 포위하며 진격하였다. 타이완은 류용푸(劉永福)를 중심으로 수비대를 조직하여 일본군에 대항하였지만 중과부적이었다. 리용푸는 영국 상선 타라스(S. S. Thalas)호를 타고 중국으로 도주하였다. 지휘자를 잃은 타이난은 일본군의 포위 속에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지방 유지들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불필요한 인명 살상을 최대한 줄이고 치안을 유지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그들은 바클레이 목사(Rev. Thomas Barclay, 1849-1935)와 퍼거슨 목사를 찾아가 타이난을 대표하여 일본군에게 평화적 입성을 부탁했다. 바클레이 목사와 퍼거슨 목사는 주민대표들에게 청원서를 요구했다. 청원서가 주민들을 대표하는 증명이 될 뿐 아니라 만에 하나 잘못되면 외국선교사가 일본군과 내통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에서 멀지않은 마더우(麻豆)교회에서 외국인들이 일본군과 내통한다는 혐의로, 15명의 교인이 주민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이유로 4명의 교인이 살해당했다.
 
바클레이 목사와 퍼거슨 목사는 주민대표들이 서명한 청원서를 지참하고, 일본군사령관 노기(乃木) 장군을 방문하여 주민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성명서를 제출하였다. 일본군은 별다른 인명피해를 주지 않고 타이완을 인수했다. 이 일로 타이난 주민들은 바클레이 목사와 퍼거슨 목사를 평화의 사자라고 불렀다. 일본 정부도 이들에게 훈장을 수여하였다.

주일학교의 발전
1889년 타이난교회에 주일학교가 개설되었다. 그러나 교재와 교사의 부족 등으로 제대로 된 주일학교를 운영할 수 없었다. 1904년 2월 11일 선교사협의회는 주일학교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토론했다. 선교사협의회는 교회마다 주일학교를 개설하고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개발하여 주일학교교육을 정상화 할 것을 결의하였다. 그해 3월 10일에 남부노회는 퍼거슨 목사가 제출한 주일학교 교육방안을 통과시키고 주일학교위원회를 조직하였다. 또한 그를 주일학교교육위원장으로 임명하여 주일학교를 활성화 할 것을 당부하였다. 이들의 노력으로 타이완의 주일학교가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1908년 타이난의 타이핑징(太平境)교회 주일학교에서 처음으로 성탄 축하행사를 가졌다. 이를 계기로 다른 교회에서도 성탄 축하 행사를 시작했다. 퍼거슨 목사는 주일학교부장으로 임명되어 주일학교 운동을 적극 추진하였다. 1910년 퍼거슨 목사는 샤먼(厦門)에서 선교 사역 중이던 유설(Miss C. M. Usher, 1872-1958, 羽淸潔)과 재혼하였다. 특히 주일학교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유설사모는 신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주일학교교수법을 가르치며 제자들을 양육하였다. 그녀는 퍼거슨 목사와 함께‘주일학교 교사용 교재’를 출판하였다. 이러한 퍼거슨 목사부부의 노력으로 타이완교회 주일학교가 눈부시게 발전했다.
 
또한 퍼거슨 목사는 순회전도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타이완선교에 힘을 기울였다. 그는 선교사협의회의 회계를 역임했고, 교회신문을 발간하며, 많은 서적을 출판하기도 했다. 또한 목회와 문서, 교육 등에 힘쓰며 교회공보(敎會公報) 주필, 장영중학교(長榮中縯校) 교장, 신학교 원장을 역임하였다.
 
후에 퍼거슨 목사는 일손이 너무 부족하여 쉬지도 못하고 일하다가 과로가 겹치고 노환이 악화되었다(1921년 12월). 고국으로 돌아가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다시 돌아올 기약을 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23년 3월 15일, 63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는데 큰 아들은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둘째 아들은 캐나다에서 상업에 종사, 딸 하젤 롬베이 퍼거슨(Miss Hazel Lombay Ferguson)은 이스라엘 헤브론과 예루살렘 등지에서 선교활동을 하였다.

유설 사모와 주일학교
퍼거슨 목사의 두 번째 부인 유설(Mrs. C. M. U. Ferguson, 宋羽淸潔) 사모는 영국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중국선교에 비전을 품고 영국장로회선교회에 선교사로 지원하여 1898년 중국선교사로 임명되어 샤먼여학교에서 교사로 십여 년 간 봉사하였다.
 
퍼거슨 목사가 과로로 쓰러져 본국으로 돌아가 휴양할 때, 부군과 함께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가 소천하자 그 이듬해 사모는 영국여전도회의 파송으로 다시 타이완으로 돌아왔다. 1933년 유설 사모는 선교 일선에서 은퇴하고 영국 이스트본(Eastbourne)에서 생활하다가, 1958년 2월 25일 86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유설 사모는 학문이 박식할 뿐 아니라 부지런히 연구하는 노력형 인물이었다. 타이완에서 선교활동을 하려면 한자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데, 바클레이 목사나 유설 사모처럼 한학에 정통한 선교사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이 두 선교사는 한문서적을 해독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특히 유설 사모는 타이완어와 일본어, 서반어까지 할 수 있었고 세계역사지리에도 해박하였다. 그녀는 언제나 꾸준히 연구하는 학구파 선교사였다.
 
유설 사모는 타이난중학교에서 지리, 역사, 영문성경을 강의하였다. 또한 그녀는 계간으로 ‘주일학교 교사용 교재’를 출판하였다. 이 교재는 유치부, 초등부, 고등부 등으로 구분해서 출판하였다. 어린이들의 수준에 맞게 교육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이 교재는 주일학교교육에 없어서는 안 될 교재로 자리매김 했다. 유설 사모는 동역자들과 함께 매년 지역 주일학교 교사들을 초빙하여 강습회를 열어 성경상식, 아동심리, 주일학교교수법 등을 훈련시켰다.
 
유설 사모는 여성교육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그녀는 교회를 방문하면서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도록 적극 권하였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진학하지 못하면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많은 여학생들이 그녀의 도움으로 학업을 마쳤으며 그들은 후에 타이완교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퍼거슨 목사와 그의 두 부인은 목숨까지 바쳐 타이완선교에 헌신하였다. 첫번째 엘리자베스 사모는 타이완 최초의 여의사로 타이완 부녀들을 돌보았고, 두 번째 유설 사모는 타이완 주일학교 사역에 불후의 업적을 남기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들은 타이완 땅에 떨어진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 오고 있다. 
 
 

강인규 | 대만중원대학교 교양학부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