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해서 함께 단기선교훈련을 받은 6명이 중국 A시에 첫발을 내딛었다. 중국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몰랐기에 공항에서부터 들리는 소리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먼저 와 있던 선배들과 함께 집을 구하러 다녔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10층짜리 건물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조건에 맞는(보안상 안전) 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3일 만에 적당한 집을 계약하게 되었다. 이 집은 1년 동안 내가 섬겼던 캠퍼스의 모임장소로 쓰였다. 이렇게 나의 1년간의 중국 생활이 시작 되었다.
  A시는 특별히 물질 만능주의가 팽팽한 대도시이다. 많은 사람들이 돈에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중국 사람들은‘福(복)’이라는 글자를 특별히 좋아한다. 집집마다‘福’이라는 글자를 곳곳에 붙여 놓았다. 복이 쏟아지길 바라는 의미로‘福’자를 거꾸로 붙여 놓은 집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이곳의 사람들이 복의 근원되시는 하나님을 믿음으로 그토록 받기 원하는 참된 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간절한 바램이 생겼다.

캠퍼스 노방전도
오전에는 매일 학교에 가서 중국어를 배웠다. 오후에는 친구들을 사귀거나 모임 친구들과 함께 교제를 했다. 우리 모임에는 6-7명의 중국 대학생들이 모이고 있었다. 그 친구들은 예수님을 믿은 지 1년이 넘은 친구들이었다. 매주 그 친구들과 함께 캠퍼스 노방전도를 나갔다. 처음에는 중국 친구들이 많이 두려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나도 두려웠다. 수만 명의 대학생 중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숫자가 예수님을 믿는 상황 속에서 어쩌면 당연한 마음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그 친구들과 전도를 나갔을 때 나는 뒤에서 중보 하는 역할을 했다. 그 소수의 친구들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수많은 군중들 사이를 서성이는 모습을 뒤에서 보았을 때 골리앗 앞에선 다윗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모임의 친구들은 대부분이 자매였고 아주 작고 연약한 체구의 친구들이었다. 그런 친구들이 서로 손을 잡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리저리 다니던 모습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나는 하나님께서 이 작고 연약한 소수의 무리를 통해 거대한 중국 대륙을 움직이실 것이라 믿는다. 그 전도의 시간을 통해 이미 몇 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다.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은혜의 예배
연휴 기간에 몇몇 캠퍼스 지체들이 한곳에 모여 수양회를 가졌다. 예수님을 믿는 친구들로부터 관심이 있어 참석한 친구들까지 합하면 거의 7,80명 정도 된다. 수양회 기간 중 예수님을 영접한 10명의 친구들을 위한 세례식을 갖기도 했다. 평상시 예배 때는 목소리를 높여서 찬양할 수 없었지만 이날만큼은 모두가 목소리 높여 기쁨으로 주님을 찬양할 수 있었다. 수차례 반복되는 정전, 수많은 모기떼의 공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혜가 넘치는 예배 시간이었다. 예배의 은혜와 감격을 잃어버린 성도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큰 도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말씀의 씨앗
매일 아침 캠퍼스 안에서 친구들을 만나 말씀을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곳은 예수님을 믿기 전부터 큐티를 시작하는 거룩한 모습이 곳곳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비록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수의 학생들이 아침마다 큐티를 하고 있지만 또한,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본문해석과 적용이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재미있는 현상이 생겨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이들이 꾸준히 심고 있는 말씀의 씨앗들이 언젠가는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이 되어 돌아올 날을 기대한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1년이라는 단기선교의 시간은 나에게 특별한 행사가 아닌 평범한 일상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들이었다. 즐겁기만 했던 한 달이 지나고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그곳에서 나의 연약함과 허물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처음 몇 달간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외로움과 소외감도 느꼈다. 누군가를 섬기기 위해 그 땅에 있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낙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력감과 좌절감을 맛보면서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그분을 더욱 의지할 수 있었다. 많은 열매를 거두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그 열매를 거두시는 분은 내가 아닌 주님이시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 땅에서의 시간은 나를 준비시키시고 나의 마음을 아버지의 마음으로 품을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셨다.
  마지막 시대에 열방을 향해 나아가게 될 중국을 위해 계속 중보하며 헌신하는 많은 일꾼들이 나아오길 소망한다.

김학승∣전북대학교 조이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