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험한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이후 한국 선교계는 그 어느 때보다 선교사 멤버 케어, 선교사 위기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한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안전 내지는 위기 불감증에 사로잡혀 있다. 필자는 아침에 차를 가지고 가까운 사무실까지 가는데도 가슴을 쓸어내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아이들 등교시간과 겹칠 때면 갑자기 튀어 나오는 어린이들, 적색 신호등인데도 거침없이 건너는 어른들 할 것 없이 안전에 대하여 개념이 없다. 이런 토양에서 자라온 우리가 선교사로 헌신했다고 해서 갑자기 위기관리 의식이 생겨날리 없다. ‘설마 뉴스에 나오는 그런 일이 내게 닥칠까?’ ‘그때 되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불행한 일이긴 하지만 우리 한국 선교계에 위기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필자는 이 사건을 일종의 성장통(growing pain)으로 본다. 이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불행한 일이었지만 이 일을 교훈삼아 더 큰 불행을 예방할 수 있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사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교단체마다 위기관리 기구를 만들자!
갑자기 일이 터지면 우왕좌왕하기 쉽다. 그러나 선교단체마다 평소에 위기 관리팀이 준비되어 있다면 위기 상황이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선교지는 우리나라보다 주로 환경이 열악한 곳에 있다 보니 예상외의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몇 년 전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은 한국 선교사의 경우도 현지인의 허술한 대응이 화를 일으켰다고 본다. 이 선교사님이 비록 오지에 들어가서 이 병을 얻었으나 한국 혹은 외국 선교사들과 충분한 네트워크가 되어 있었다면 여건이 나은 의료기관에 연결되어 치료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현지인들을 기준으로 한 클리닉을 전전하다가 병을 키우게 되었고 선교사가 급작스레 목숨을 잃게 되었다고 한다. 납치, 테러, 사고 등에 대비하여 비상 연락망을 두고 언제 사고가 나더라도 즉각 대처할 수 있는 기동력 있는 위기관리 기구가 설치되어야 한다.

현장 실습이 중요하다.
화재 상황에 대비하여 실습이 필요하듯이 위기 상황을 가정하여 실제 상황에 준한 실습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는 한국에 들어와서 생각지도 않은 ‘소방관리 2급 관리자’라는 자격증을 갖게 되었다. 선교회가 건물이 있다 보니 반드시 건물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있어야하는데 책임자가 소정의 교육과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그리고 수시로 업데이트된 매뉴얼을 갖추어야 하고 실습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세상도 이럴 진데 주로 열악한 지역으로 떠난 선교사가 맞이할 비상상황을 가정하여 위기대책반을 통해 실제 상황에 맞게 실습하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 우리 한국 선교계는 최근 경험한 아프가니스탄 사태, 차드 사태 등 지극히 적은 사례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풍부한 사례를 경험한 서양 선교계로부터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필자는 얼마 전 KWMA(한국세계선교협의회)와 한국 남침례교 선교부가 함께 주관한 ‘위기관리 안전 세미나’ 교육에 참석하여 많은 도움을 받았다. 미국에서 온 안전 관리팀에 의해 교육이 이루어졌는데 납치 상황시 어떻게 위기를 돌파할 것인가 교육 받으면서 ‘과연 실용주의 국가 미국’을 실감하면서 우리의 위기관리도 보다 실용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위기상황
중국을 여행해보니 교통사고의 위험이 그 어떤 위협보다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지역은 아예 교통신호도 없이 차가 좌우 사방에서 튀어 나오기 일쑤이고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가 보행자와 혼을 빼어 놓는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런 곳에서 일하려면 여행자 보험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에서 선교하다가 순교한 선교사는 별로 없으나 교통사고로 사망한 선교사는 부지기수라고 한다. 단기 봉사팀이 선교지에 와서 물놀이 하다가 빠져 사망하기도 하고, 선교사가 교회 지붕 공사하다가 추락하기도 하고, 선교사 자녀가 차를 몰고 오다가 빗길에 미끄러져 사망한 사고 등이 최근 필자가 접한 사고 소식이다. 오늘은 우리 선교회 소속 인도네시아 싱글 여선교사가 댕기열병, 말라리아에 걸려 고통 받고 있는 소식을 접하였다. 위기관리는 먼저 개인이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위기에 대비한 개인의 준비 차원을 넘어 공동체가 함께 대처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재난과 사고로 인하여 예기치 않은 상황이 위기 상황인데 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오히려 선교의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무모한 위기 대처는 더 큰 화를 자초하는 반면에 지혜로운 대처는 선교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장의 위기 상황에서 철수, 잔류는 해당 선교사의 판단이 우선 중요하지만 객관적으로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위기 상황 팀이나 본부의 판단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용웅 선교사|지피선교회 한국본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