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한국 국정홍보처 해당 기관)은 금 11월 15일 “중국 정당정치제도”라는 제목으로 백서(白書)를 발간했다. 이 백서에 의하면 중국은 1949년 공산당이 집권한 이후 공산당 영도(領導) 하에 여타 8개 정당들이 민주적인 타협과 협상으로 오늘의 중국을 성공적으로 건설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백서의 서문에서 ‘정당 정치는 현대 민주정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나, 그 나라가 처한 사회발전 정도 등 제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는 전제를 깔고 있다. 즉 중국의 정당 정치는 ‘다당협력체제’ (multi-party cooperation system)로서 서방의 다당경쟁체제(multi-party competition system)와 양당제 또는 일당독재와는 다르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의 정당(政堂)은 공산당 이외 8개 정당이 존재

중국 헌법에 의하면 중국은 공산당의 영도 하에 다당협력체제를 유지하고, 이에 기반 하여 정치협상이 이뤄지고 발전되어 간다고 되어 있다. 중국의 정당은 모두 9개에 이른다. 그중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정당은 역시 집권당 중국공산당(Communist Party China; CPC)이다. 그 외 중국국민당혁명위원회, 중국민주연합, 범중국민주건설연합당, 중국민주촉진연합, 중국노동자근로자민주당 등 8개의 군소정당들이 있다.  중국의 정치 활동 즉, 이해 집단 간의 협상과 타협은 매년 3월에 개최되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이뤄진다. 전국인민대표자회의와 함께 양회(兩會)라 불리는 정협은 약 1주일간의 일정으로, 공산당의 영도 하에 여타 8개 정당 대표자들이 한 곳에 모여 갈등을 조정하고 협상을 하게 된다. 백서는 이를 ‘중국적 특색에 기초하여 사회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정치과정’ 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적 정치협상은 역사적 산물?

중국의 정치협상 역사는 중국 사람들이 국부(國父)로 모시는 손문의 1911년 ‘신해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40년 청나라가 망하면서 봉건주의 종말과 이어 중국 근대사에 있어 치욕적인 외세 침입으로 존망의 위기에 있던 중국과 중국인민들을 구하기 위해 중산 손문은 서구의 민주제도인 브루조아 민주혁명을 선언하게 된다. 이로 인해 수백 년 내려 온 권위적인 왕조 체제는 종말을 고하고 인민이 주인 되는 민주주의 정치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중국 정치협상회의의 특징은 첫째, 공산당이 선도적이고 지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오쩌둥(毛泽东)을 중심으로 한 공산당이 혁명에서의 성공과 그 후 오랜 기간 공산주의의 이념에 따른 개혁 과정에 의해 형성된 당연한 결과물이다. 백서에서는 특히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가로서 핵심적인 리더십이 필요하고, 이 리더십이 바로 공산당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둘째, 8개 여타 정당의 국가적 중요과제에 대한 참여와 심의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물론 공산당의 영도 하에 여타 정당의 참여가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이라고 전제 한다. 셋째, 중국 공산당은 여타 정당들과 조화로운 정치 분위기 속에서 이념과 정책에 있어서 제휴와 협력을 통해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건설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끝으로, 중국 공산당과 여타 8개 정당들은 서로를 감독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1949년 공산당이 혁명에서 성공, ‘신중국’을 건설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공산당이 집권을 해 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원은 전국적으로 약 7천 3백만 명에 이른다. 중국 13억 인구의 약 5% 정도다. 이들이 중국을 이끌어 가는 엘리트 그룹이다. 중국은 이들이 정치, 행정, 사법, 군사 등 모든 국가기능을 통솔하고 운영하고 있다. 국가 최고지도자에서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공산주의자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지방 성장(省長) 몇 사람과 중앙 부서 기관장 몇 명이 비 공산주의자들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급변하는 중국, 상황적 논리 한계에 이를 수도

백서는 중국적 특색의 ‘다당협력체제’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정치 시스템으로, 중국의 정치는 정당간의 대립 보다는 공산당과 8개 여타 정당들이 서로 협력하고 때로는 감시․감독하면서 인민이 국가의 주인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간다고 한다. 중국의 ‘다당협력체제’는 58년간 중국을 이끌어 온, 불가피한(inevitable), 혁신적인(innovative), 우수한(superior) 정치체제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덩샤오핑(邓小平)의 선부론(先富論)에 의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년 11%대의 괄목할만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다. 그 발전의 이면에는 지역 간, 계층 간의 빈부격차가 생기게 마련이고,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시장경제가 심화 될수록 이해집단 간 갈등이 나타났다. 아직은 강력한 중앙집권적인 통솔력과 일사불란한 효율성이 초기단계에 있는 갈등의 문제를 덮고 갈 수 있고, 특히 현 지도체제의 ‘조화사회 건설’을 위한 ‘과학적 발전관’의 이념이 정책적으로 잘 실현되면 중국특색의 민주주의인 공산당 중심의 다당협력체제가 당분간 유지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도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인민들의 욕구는 또 다른 차원으로 확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우/ 주중한국대사관 홍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