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제, 무너질 궤, 개미 의, 구멍 혈 "개미구멍이 제방을 무너뜨린다"
이 말은 개미 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는 뜻으로 "개미 구멍으로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우리말 속담과 뜻이 통한다. 이 말은 또 '의혈제궤(蟻穴堤潰)', 또는 '제궤의공(堤潰蟻孔)'이라고도 한다.
『韓非子 喩路篇』을 보면 명의 편작(扁鵲)이 채환후의 병을 보아 준 이야기가 나온다. 한비자는 여기서 대수롭지 않은 병도 제때에 치료해야 한다면서 "큰 것이 작은 것으로부터 야기된다"는 도리를 설명하였다. 한비자는 또 "백규가 수재(水災)를 막은 것은 제방의 구멍을 막는 것"(白圭之行堤也, 塞其穴)이라고 하였는데 그 이야기인 즉슨 다음과 같다.
전국초기 위(魏)나라의 백규라는 사람은 홍수를 방지하는 데 아주 큰 공적이 있다고 전해진다. 그 스스로 자기의 공로가 상고시대의 우(禹)임금을 능가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백규의 홍수방지법은 주로 제방을 쌓는 것과 제방에 뚫린 조그만 구멍들을 제때에 막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개미 구멍이라도 놓치지 않고 수시로 막았다. 이로 인해 백규가 위나라 재상으로 있는 기간에는 위나라에 한 번도 수재가 없었다고 한다. 한비자는 "천 길 둑은 개미 구멍에 의해 무너지고 백 척의 높은 집은 조그만 연기구멍에 의해 불타버린다."(千丈之堤, 以蟻之穴潰; 百尺之室, 以突隙之烟焚)라고 했다. 제궤의혈(堤潰蟻穴)이라는 성어는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삼국시대 위나라 사람 응거(應懅)의 시에도 "작은 것이라 하여 어찌 조심하지 않을소냐. 제방도 개미 구멍으로 무너지거늘"(細微可不愼? 堤潰自蟻穴)이라는 표현이 보인다.
무릇 큰 화는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몇 년 전에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사고의 원인이 나사못이 헐겁게 조여진 데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다리의 규모나 전체 공정에서 볼 때, 나사못을 조이는 일 같은 것은 보잘것없는 작은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은 일이라 하여 소홀히 했다가는 모든 공이 다 허사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90년대 이후로 동남아나 중국의 노동인력들이 3D업종에 취업하기 위해 국내로 들어오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데 일부 악덕업자들이 이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학대했던 일이 그들로 하여금 한국을 증오하며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 동안 해외주재원들이나 선교사들이 애써 닦아 놓은 좋은 이미지가 이로 인해 적잖이 손상되고 말았다. 소수의 사람들이 돈 몇 푼 더 챙기려고 탐욕을 낸 것이 이처럼 심각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개미 구멍 때문에 제방이 무너지는 비극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작은 일을 큰 일처럼 여기며 성실을 다할 때 개인의 제방은 물론, 이 나라와 나아가 하늘나라의 제방이 안전하게 지켜질 것이다.
박성주/ 한국방송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중국어문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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