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3.jpg) 《史记》의 <염파인상여열전(廉颇蔺相如列传)>에 나오는 말이다. 전국시대 조나라 장군 염파(廉颇)가 맨살이 드러난 등에 태형에 쓰이는 형장을 지고 인상여(蔺相如)에게 가서 이것으로 매를 맞고 사죄하겠다고 청한 일로 자신의 잘못을 통렬히 반성하고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행동적인 표현을 말한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负荆请罪(fùjīng qǐngzuì)라고 한다. 며칠 전 한 매체를 통해 독일 법원이 94세의 노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일이 보도되었다. 독일 나치 정권 시절 아우슈비츠에서 회계를 담당하던 이 노인이 재판 과정에서 아우슈비츠와 같은 곳에서 나치에 공조한 일은 잘못이며 그 사실을 일찍 깨닫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진술한 내용이다. 독일은 지금도 나치 독일 정권에서 행해진 일들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당시 전범들을 찾아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일에 공소시효를 두지 않고 있다. 영국은 국회의사당 앞에 인도 독립 영웅 간디의 동상을 세워 놓았다. 그 동상에는 과거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한 역사에 대한 반성이자 사과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사과(谢过)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고 반성(反省)은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잘못이 있었는지 살피는 것뿐만 아니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포함한다. 어두운 과거와 단절하고 화합의 미래로 가기 위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이들의 용기에 진정으로 박수를 보낸다. 어찌 되었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8월 15일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나라의 주권을 잃고 철저히 유린당하며 살았던 치욕스런 역사로부터 벗어난 지 딱 70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 정부는 일제 식민지 시기의 만행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를 끊임없이 요구해왔으나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얼마 전 일제강점 시기 조선인들을 강제 노역시켰던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대한(对韩) 외교에 유연한 태도를 보였던 일본은 등재가 확실시되자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었다. 또 일본 의회에서 아베 정부는 집권당의 힘을 발휘하여 ‘집단 자위권’ 법안을 통과시키고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군사적 힘을 키우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 아베 정부의 야욕 외교에 대해 국제 사회의 지탄이 일자 일본 정부는 2차 대전과 관련 있는 한 기업을 내세워 당시 일부 국가 피해 당사자들에 대해 민간차원의 사과와 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일본의 제국주의 침탈로 가장 많은 고통을 겪은 한국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사과할 수 없다고 한다. 당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로 주권이 없었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맥락으로 식민지 시대의 이권을 그대로 주장하는 일본은 11년째 일본 <방위백서>에 우리 땅 독도를 자신의 영토라 명문화함으로써 왜곡된 역사를 진실이라 꾸미고 있다. 이러한 일본 아베 정부의 도발적 폭거에도 우리 정부는 ‘조용한 외교’라는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국제 사회에 화해의 손을 내밀며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을 철저하게 말살했던 모든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일본 아베 정부의 ‘속셈’ 외교에 식민지배에 대한 공범의식이 있는 일부 강대국과 국제 사회의 이해관계가 결합되면 우리 정부의 조용한 대일 외교는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고 왜곡된 역사를 믿고 싶어 하는 그들 앞에 우리 정부는 더욱 지혜롭고 성숙한 방법으로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광복 70주년이다. 일본 정부는 과거 일본이 제국주의의 깃발 아래 우리 민족에게 저질렀던 모든 잘못에 대해 육단부형(肉袒負荊)의 심정으로 사과하기 바란다. 그러나 일본 아베 정부가 끝까지 과거를 왜곡하고 사과하지 않겠다면 굳이 사과를 구걸할 필요는 없다. 반성 없는 유감 표명도 사양이다. 백여 년 전 속절없이 강제병합 당했던 나라가 지금은 원수의 나라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그 땅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선교한국이 되었다. 이제 우리 스스로 굴욕의 역사를 딛고 선한 강국으로 거듭나 선으로 악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불우했던 과거를 원망하며 신세 한탄만 하고 있다면 우리의 후손들 앞에서 육단부형 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우리 자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박애양 | 중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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