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여오(旅獒)〉에 나오는 이 말은 주(周)나라 무왕(武王)을 보좌한 희석(姬奭)이 무왕에게 올린 정치적 조언으로 ‘玩人丧德,玩物丧志’ 즉, 사람을 희롱하면 덕을 잃고, 물건을 애완하면 뜻을 잃는다고 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玩物丧志’는 쓸데없는 물건을 가지고 노는데 정신이 팔려 자신의 큰 뜻이나 본심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경계할 때 자주 쓰인다.
영국의 팀 버너스 리가 인터넷(World Wide Web)을 개발하고 공개한 이후 우리는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멀리 있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자신들의 정보를 전 세계적인 공간에서 공유하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개발과 와이파이의 발전은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하였다.
이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스마트’한 세상에 빠져버렸다. 우리 국민 80%가 스마트폰 가입자라고 하니 스마트폰은 이제 문화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며, TV를 보고 책을 읽고, 장을 보고, 인맥을 쌓아간다. 그리고 이제 스마트폰은 휴식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강의하다가 학생들에게 잠시 쉬는 시간을 주었더니 모두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다운로드, 검색, 채팅, 게임……. 마치 애완물을 다루듯이 모두 익숙하다. 이제 스마트폰이란 휴식이다. 손바닥만 스마트폰 안에 별의별 세상이 다 들어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세상에 들어가 살기를 원한다. 기꺼이, 마치 예전부터 그 세상 속의 사람이었던 것처럼.
매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상상 속에나 가능했던 또 다른 세상을 여행한다. 한번 들어서면 꼬리를 물듯 끊임없이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는 우리의 지적 욕구를 자극하며 몰입하게 한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지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나무꾼이 신선들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다 제정신이 들어보니 세월이 많이 흘러 도낏자루가 썩었다는 이야기다. 아주 재미있는 일을 구경하다가 정신이 팔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이 속담이 딱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겠다.
본래 의도했던 지식정보를 얻고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게 된 것도 아닌데 우리는 이 요술 상자의 매력에 빠져 끊임없이 집착하고 탐닉하면서 우리의 아까운 시간과 정신을 소모하고 있다. 이건 분명한 완물상지(玩物丧志)다. 그러나 우리를 완물상지하게 하는 것이 어디 스마트폰 하나뿐이겠는가?
최근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뇌물 수수 문제로 줄줄이 낙마하고 어렵게 일인지하 만인지상 자리에 올랐던 총리도 하야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부분 국민은 읍참마속(泣斩马谡)의 심정으로 사태를 주시하고 있지만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为不节而亡家, 因不廉而失位’(절약하지 않으면 집을 망치고 청렴하지 않으면 지위를 잃는다)라는 말처럼 어느 사회나 공직자의 제1원칙은 청렴결백이다. 지위가 높아지면 사회적 책무도 정비례한다. 공직자가 완물상지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어려움에 빠트리게 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한국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 완물상지로 뜻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낙향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빠지다’는 어떤 일에 마음을 빼앗겨 헤어나기 어려운 처지라는 의미도 있지만 ‘벗어나다’는 의미도 있다. 놀이에 빠져, 물질에 빠져, 나태에 빠져, 부당하고 부조리한 관행에 빠져, 안일함과 무책임에 빠져 본래의 뜻을 잃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한시라도 빨리 그곳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오늘, 우리에게 하나님보다 더 마음을 끄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를 완물상지하게 하는 우상이다. 경계하고 끊어내야 한다.

박애양 | 중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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