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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31 통권 147호     필자 : 박애양 프린트   이메일 
온고지신(溫故知新)

溫故知新
따뜻할 온,   예 고,   알 지,   새 신 

 

《論語(논어)》 <爲政(위정)>편의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문장에 나오는 말로 전체 문장을 보면 이미 배웠던 것을 꾸준히 계속 복습하면 그 가운데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되고 그렇게 되면 다른 이의 스승도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중국 사람들은 전고(典故) 쓰기를 무척 좋아한다. 대화 가운데, 글 가운데 인구에 회자되는 경구나 시구를 사용하면서 언외지의(言外之意)를 즐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어릴 때부터 사서오경을 암기하고 시삼백(詩三百)을 외우면서 자란다. 옛 성현의 말씀은 현대인의 삶을 경계하는 성어가 되고 옛 시인의 시는 감정적 교감을 나누는 중요한 메타포로 작용하기도 한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读书百遍其义自见(독서백편기의자견)”이라는 말로 권면한다. 여러 번 읽고 많이 외우면 문리를 깨달을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자신의 것을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의미를 전하고자 함일 것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좋은 문장을 암송하고 좋은 글은 모사(模寫)하는 풍토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다.

중국어에 “天下文章一大抄, 看你会抄不会抄(천하문장일대초, 간니회초불회초)”란 말이 있다. 이는 천하의 문장(文章)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모방한 것으로 누가 누구의 것을 표절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행서(行書)를 잘 써 ‘서성(書聖)’이라고 추앙받는 왕희지의 《蘭亭集序(란정집서)》는 현재 원본은 소실되었지만 그의 글씨를 흠모하는 이들에 의해 모사된 수많은 작품이 현전하는데 비록 모사품이라고는 하나 뛰어난 작품성으로 진품에 버금가는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또 옛날부터 좋은 글이나 글씨는 세도가, 문인 할 것 없이 앞을 다투어 모사하였고 그 결과 낙양지귀(洛陽紙貴)라는 성어까지 생겨날 정도이니 좋은 글에 대한 이들의 집착과 노력은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모방정신은 현대에도 고스란히 남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최근엔 ‘짝퉁’, ‘해적판’이라는 의미의 ‘山寨(산자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그러나 모방이 인정되는 사회, 아류가 주류가 되는 중국 사회에서 모방작이라는 비난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아류작, 짝퉁이라는 비판을 넘어 새로운 창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모방을 통한 새로운 작품의 창작을 꾀하고 있다. 미국 모 기업 휴대폰을 그대로 베끼기 했다고 비난받는 중국 토종 휴대폰이 이제는 전 세계인에게 값싸고 편리한 휴대폰을 공급하는 기업, 중국의 중저가 IT브랜드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었다. 또 ‘山寨’ 제품이 중국 소비자들의 지지를 힘입어 성장하고 있는 모습도 낯선 일이 아니다.

온고지신은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아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반복적인 복습을 통해 체화시키고 응용력을 길러 그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모방정신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법고창신이 없는 맹목적인 베끼기는 비판의 대상이 된다. 연암 박지원은 옛것을 모방하면서도 새로움을 지녀야 하고 새로우면서도 그 도가 지켜져야 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주장했다. 최근 중국의 일부 방송 프로그램이 한국 콘텐츠를 지나치게 베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방을 통한 자기 발전은 좋은 일이나 도를 넘는 모방은 표절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이점은 어떤 개인이나 국가도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콘텐츠가 권리로 인정받는 현대 사회에서 정당한 절차를 통한 수용과 개발에 대한 인식이 조속히 정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온고지신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될 것이다. ▩ 


박애양 | 중문학 박사

 

필자 : 박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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