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论语》 <述而>편에 나오는 말로 “黙而识之，学而不厌，诲民人不倦，何有於我哉？” 중의 한 부분이다. 공자는 “묵묵히 그것을 인식하며, 배우는 데에 싫증을 내지 않으며, 사람을 가르치는 데 게을리하지 않으니 내게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 말은 학문하는 자로서의 바른 자세를 잘 보여준다.

학이불염(学而不厌), “배우는 데 싫증을 내지 않는다”는 이 말은 학문에 대해 깊은 애정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호학불권(好学不倦)’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学’이란 원래 배우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새로운 지식을 하나씩 배워가는 것처럼 겸손하게 끊임없이 자신을 채워가는 노력이다. 그런데 그 노력이 지겹거나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不厌’할 수 있는 것은 ‘学’이 이미 삶의 일부분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공자의 마을 산동에 들어와 산 지 1년이 넘었다. 여기선 어른에 대한 호칭이 “老师(선생님)”이다. 어느 정도 나이 든 사람에게는 모두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처음엔 내가 학교 선생이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 부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학교에서도, 시장에서도 어디서나 “선생님”이다. 나 또한 상대방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선생님”이라고 불릴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 상대를 존경하는 호칭이 아직도 남아있는 이곳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배우는 ‘学生’이다.

이른 아침, 학교 교정에는 곳곳마다 글 읽는 소리로 가득하다. 학생들은 각자가 선호하는 나무 아래 혹은 앉아서, 혹은 서서 고전 시가로부터 영어 단어까지 큰소리로 읽고 또 읽는다. 무한 반복해서 완전하게 외운다.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에게 방해가 될 것을 염려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옆 사람도 자신의 공부에 빠져 다른 사람의 성독(声读)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진심으로 “学而不厌”하는 태도다.

학교에서 내가 담당한 수업은 모두 우리말로 진행한다. 저학년 학생들도 귀를 쫑긋하고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고 귀를 기울인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눈을 반짝거린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질문하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포위당하기 일쑤다. 서툴지만 또박또박 알고 싶은 것을 묻는 학생들과 교정을 산책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절로 드는 흥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군자삼락(君子三乐)이 괜한 말은 아니었나 보다.

이곳의 하늘은 언제나 흐림이다. 그래서 하늘을 보기보다는 땅을 본다. 아니 이곳 사람들은 책을 본다. 적어도 이곳 학생들의 두 시선은 행간을 읽기 바쁘다. 나도 이들의 독서량에 경도되어 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 몇 권에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나름 읽었다는 고전 원서를 꺼내 들고도 뜻을 알지 못해 미망에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동안 독서 근력이 많이 약해진 것일까? 빌려온 책들 모두 도로 물리고 “荒漠甘泉”을 꺼내 들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그 동안 미뤄두었던 책 읽기를 실천해보고 싶다. 호학(好学)도 전염이 되는 것일까? 공부가 즐거워졌다. 이 가을, 간서치(看书痴) 이덕무처럼 책만 보는 바보가 되어도 좋으리라.

박애양 | 중문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