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푸를 청 天하늘 천 霹벼락 벽 靂벼락 력
중국 남송(南宋) 시인 육유(陸游)의《四日夜鷄未鳴起作》(9월 4일 닭이 울기도 전에 일어나서 짓다)라는 시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이 말은 원래 힘차게 약동하는 필체를 나타냈지만 현대에 와서는 갑자기 일어난 큰 변고나 사건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이를‘晴天霹靂’이라고도 한다.
그날은 하늘도 바다도 숨을 죽였다. 모두 처분만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묵묵히 숨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 아들아!” “딸아!” 하늘과 바다를 가르며 가슴을 찢는 울부짖음만 들렸다. 진도 앞바다 팽목항에서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가슴 치며 부르는 아이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바다 건너 유인(流人)의 가슴에도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비보(悲報)에 망연자실한 채 눈조차 깜빡일 수 없었다.
가진 것 없었던 시절, 근면은 우리에게 가장 큰 덕목이요 재산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과유불급이었을까? 지나친 근면은 ‘빨리빨리’를 외치게 했고 속도를 따르지 못한 우둔한 손은 ‘대충대충’을 불러왔다. 잘살아 보겠다고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정도(正道)를 잃었고,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해 양심을 팔아버렸다. 그리고 이제 등 따습고 배부르니 안일하고 나태해졌다. 아니 게으름을 넘어 탐욕스러워졌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살살 해”
“대충 해”
“그만하면 됐어!”
위로도 격려도 아닌 이 말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주먹구구’식 습관을 형성시켰고 이런 악습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무사안일주의 행정으로이어졌다. 또한 계속되는 인재에도 안전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안전 불감증은 편작(扁鵲)이 열이 와도 못 고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고질병’이 되었다. 잘못된 것을 보고도 못 본척한 나의 비겁함 때문에, 어른으로서 통렬한 일갈도 하지 못했던 우리 모두의 무책임 때문에,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들은 원망의 일성도 내뱉지 못한 채 희생되었고, 대한민국은 여기저기 구멍 난 빈틈 천지 ‘허당’나라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전쟁의 폐허 위에 세워진 나라, 빈손으로 일으킨 한강의 기적,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나라. 이런 빛나는 수식어 뒤에 감춰진 부끄러운 자화상들이 벽력같이 스쳐갔다. 주먹구구, 대충대충, 인명경시, 다혈질, 고질병, 눈 가리고 아웅, 안전 후진국……. 사고 났다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인재(人災)천국 대한민국에서 누구라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죄인이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꽃 같은 아이들을 차가운 물속에 수장시킨 주범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이 사고로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 이제 황망하게 아이를 잃은 부모와 가족의 마음을 위로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을 하게 된 이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어야 할 시간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처럼 이 사건이 그저 한차례의 야단법석으로 끝나지 않도록 시민의식을 고취하여 안전 매뉴얼을 다시 검토하고 위기관리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밤새 몰아치던 비바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가슴에 묻은 우리 아이들의 꿈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언제 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질지 모를 일이다.
박애양 | 중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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