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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鴆飢渴(음짐기갈)
독이 든 술로 갈증을 달래다

동한(東漢) 곽서(霍諝)는 시비가 분명하였고 정의감이 남달랐다. 상서복야(尙書僕射)로 재직할 당시 거듭 상소를 올려 황실의 외척으로 전횡을 일삼던 양기(梁冀)의 죄상을 꾸짖으니 결국 양기는 죽임을 당하게 되었고 온 백성이 환호작약하였다.

곽서는 어려서부터 강직한 성격으로 유명하였다. 그가 15세 되던 해 외삼촌 송광(宋光)이 조서를 조작하였다는 이유로 경사로 압송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였다. 평소 그의 공정한 법집행에 불만을 품은 권문세족의 악의에 찬 날조였다. 외삼촌의 덕망을 흠모하였던 곽서는 그 처지를 십분 동정하고 당시 대장군이었던 양상(梁商)에게 편지를 썼다.

“외삼촌 송광은 명문대가 조손으로 관직에 있은지 오래되었으나 어떤 사소한 잘못도 범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그가 조서를 자의적으로 조작할 경우 그 뒷일이 얼마나 감당키 어렵다는 사실을 몰랐겠습니까? 만일 그렇게 했다면 이는 마치 사람이 배가 고프다고 독이 든 부자(附子) 뿌리를 먹는 격이요, 목이 마르다고 짐새(鴆鳥) 독 깃털로 적신 술을 마시는 격입니다. 음식이 뱃속에 들어가기도 전에, 술이 목을 넘어가기도 전에 그는 독에 중독되어 죽게 될 것이 뻔합니다.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군현에서 명망이 높은 외삼촌께서 어떻게 죽음을 초래할 수 있는 독이 든 술을 스스로 마시는 어리석은 일을 했겠습니까? 장군께서는 덕행이 높으시고 그 위엄이 천하를 진동하시니 시비를 분명히 가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양상은 곽서의 글에서 보이는 정연한 논설과 힘찬 기세에 감동을 받고는 즉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 명하였고 결국 송광은 무죄로 판명되어 석방되었다. 이 일로 곽서의 이름은 천하에 알려졌고 그의 이 편지글에서 ‘음짐기갈’ 성어가 확정되었다. 이 성어는 목전에 놓인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극히 위험한 방법을 쓰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전혀 고려치 않는 어리석은 행위를 뜻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거나 염려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강행의지를 더욱 천명하고 있다. 홍수 예방이나 수질 개선의 급박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졸속 공사로 무리하게 진행한다면 4대강을 모두 죽게 만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아무리 갈증이 난다해도 독이 든 술을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방송대 중문과 김성곤 교수님의 글
2010년 8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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